선박 간 환적 수법 교묘해져
호스로 석유 옮기는 방법에 이어
크레인으로 화물 전달하고
자국 아닌 외국 선박만으로
석유 정제품 북송 사례 드러나
“활동 알기 어렵게 하기 위해
위챗의 다양한 기능 사용” 증언도
그림1 일본 외무성이 지난달 1일 중국 국적으로 보이는 선박과 북한의 남산 8호(오른쪽)간 불법 환적행위가 의심된다며 해당사진을 공개했다. 외무성 홈페이지 캡처.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해상에서 불법 환적 시에 다양한 수법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사히(朝日)신문은 3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의 전문가패널 중간보고서를 입수, 북한이 해상에서 크레인을 사용해 석탄을 옮겨 실은 사례를 소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사회 대북제재 망은 느슨하지 않지만, 수법이 교묘해지면서 북한이 밀반입을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패널은 지난 3~5월 북한 남포항에서 석탄을 실은 수척의 북한 선박이 베트남 인근 통킹만까지 항해, 크레인을 이용해 수척의 소형 선박과 정체불명의 선박에 석탄 등 화물을 옮겼다는 정보를 유엔 회원국으로부터 제공받았다. 그간 북한은 해상에서 선박 두 척을 호스로 연결해 석유 등을 환적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공해상에서 크레인으로 화물을 환적하는 것을 ‘새로운 수법’이라며 유엔 회원국들에 주의를 당부했다.

북한이 자국 선박을 통하지 않고 외국 선박만으로 석유 정제품 등을 북한 내부로 옮기는 사례도 거론됐다. 벨리즈 국적 유조선이 지난 4월 10일 중국 상하이(上海) 앞바다에서 러시아 선박으로부터 석유 정제품을 옮겨 실은 뒤 15일 북한 남포항에 이를 하역했다는 것이다. 두 선박은 환적을 하는 동안 다른 선박들에 위치를 알리기 위해 켜놔야 할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전원을 꺼둔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에는 두 선박이 해상에서 나란히 붙어 있는 사진과 유조선이 북한에 입항 중인 위성사진이 첨부됐다.

동중국해 등에서 불법 환적하는 선박 사이에선 중국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위챗’이 주요 통신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패널은 “활동을 알기 어렵게 하기 위해 위챗의 다양한 기능이 사용됐다”고 지적했다. 해상에서 환적하기 전에 화물을 받는 선박이 제공하는 선박 측에 중국 인민폐 지폐에 인쇄된 숫자의 일부인 네 자릿수를 찍은 사진을 위챗으로 보내주는 방식으로 상대를 확인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북한의 불법 환적에 관여했던 해외 선박 관계자도 전문가패널 측에 “북한 대리인이 지난해 최소 2회 위챗을 통해 AIS 전원을 꺼줄 것을 의뢰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패널은 유엔 회원국의 정보 제공 등을 바탕으로 북한의 제재 회피 실태를 조사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8월 초 대북제재위에 제출된 이 보고서는 이달 초 공표될 예정이었지만, 바실리 네벤자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가 “일부 내용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발해 공개 여부를 둘러싼 이견이 제기되고 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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