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지원카라반'이 본 현장 규제

울주군 온산국가산업단지
공동 폐기물 처리장 설치 문제
국토부ㆍ환경부ㆍ지자체 등
담당기관 이해 얽힌 채 답보
규제에 막혀 투자 무산 위기까지
정부 “혁신성장본부서 적극 협의”
지난달 30일 관계부처지자체 및 공공기관 관계자들이 울산·온산 국가산단에 소재하고 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제9차 투자지원 카라반 실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공동 화학 폐기물 처리 시설 문제만 해결되면 여기 계신 분들에게 절이라도 올리겠다.”

지난달 30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 관련 기관들이 함께 기업 현장으로 찾아가 투자 애로 사항 등을 청취하는 현장 방문단인 ‘투자지원카라반’이 울산 울주군 온산국가산업단지를 방문하자 한 기업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석유화학산업 육성 기지인 온산산단에 입주한 기업들은 수년 전부터 산단 유휴부지에 기업들이 갹출해 공동으로 폐기물 처리 시설을 도입하는 방안을 모색해왔다. 늘어나는 폐기물을 자체 처리할 공간이 부족해 경남 창원이나 전북 익산 매립지까지 폐기물을 나르고 있는데, 비용과 시간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종 규제에 막혀 이 사업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폐기물 처리 시설을 지으려면 먼저 산업용지 용도 변경이 필요한데, 담당 기관이 국토교통부,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지방자치단체 등에 각각 흩어져 있어 어느 한 곳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 동안 이명박ㆍ박근혜 정부가 ‘전봇대 규제’를 뽑고 ‘손톱 밑 가시’를 제거하기 위해 애를 썼다지만 현장의 규제는 얼마나 복잡하게 얽히고 설켜 있는지 보여주는 단면이다.

실제로 이날 투자지원카라반의 방문에도 온산산단 기업들의 숙원인 공동 폐기물 처리장 설치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산단 운영을 맡고 있는 국토부는 물론 환경부, 산업부, 울산시 등이 모두 나서야 하는데 이해관계가 엇갈린다. 환경부는 허용 여부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지만 울산시는 다른 지역에서 폐기물이 유입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공장을 짓고 제조하는 목적으로 세금을 들여 조성한 산단에 폐기물 처리장을 설치하는 게 과연 적절한지를 두고도 부처간 이견이 없잖다.

규제는 투자에도 장애물이 되고 있다. 울산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A기업은 규제에 막혀 해외 투자(합작) 계약이 무산될 위기다. A사는 현재 소유 중인 산업용 땅(부지)을 해외 합작사에 임대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해외 합작사는 이 부지에 300억원 규모의 화학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그러나 산업집적법은 산단 내 부지 임대를 불허하고 부지와 공장을 함께 임대하는 것만 허용하고 있다. 투기 목적의 임대사업을 예방하는 게 당초 취지였다. 결국 A사는 범법자가 되지 않기 위해 유사한 경험을 한 기업들처럼 목적과는 다른 공장을 별도로 설치해 부지와 공장을 같이 임대하는 형식적 절차를 밟을지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7월 취업자 수 증가 폭이 5,000명 수준으로 급감하는 등 고용 절벽이 현실화하면서 혁신성장을 위해 기업과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그 동안 투자지원카라반을 통해 해소한 규제 완화 성과도 없잖다. 산단 내 설치가 제한된 카페ㆍ헬스 등 부대시설을 산단 근로자를 위해 허용(반월ㆍ시화국가산단)하고, 제조 공장 설치가 금지된 연구개발(R&D) 단지에도 시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완화(오송생명과학국가산단)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울산ㆍ온산 산단에서 건의 받은 내용들은 혁신성장본부 차원에서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적극적으로 해소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기업의 투자,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 규제가 무엇인지, 그 규제를 해소했을 때 ‘공정경제’와 대치하지 않는지를 세밀하게 분석한 뒤 완화할 규제 리스트를 만들어 이해 당사자들에게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저작권 한국일보]혁신성장 투자지원 카라반 현장 방문 일지.jpg-박구원기자/2018-09-0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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