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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디지털 편향과 한국의 민주주의

입력
2018.09.03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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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정보를 체계화하여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인터넷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글이 추구하는 목표다. 20년 전만 해도 과장된 선전 정도로 의심받았던 것이 지금은 거의 현실화했다는 평가다. 모두가 공감하는 평가라고 보긴 힘들다. 그럼에도 방대한 양의 정보를 어떻게 활용할까를 고민하는 지금은 과거와 분명 차별적이다.

신기술의 등장은 사실 사람들에게 기회임과 동시에 도전이었다. 마차를 대신한 자동차가 등장했을 때도 그랬고 디지털 신기술이 등장한 지금도 그렇다. 디지털 기술에 대한 적응과 신기술 활용 여부에 따라 집단이 구분되고, 집단 간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 더구나 아무래도 이런 상황에서는 젊은 층이 유리하다.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디지털 신기술을 접하면서 커왔기 때문이다. 적응을 위해 상당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장년, 노년층과는 다르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한국은 나이에 따른 디지털 격차의 문제는 피한 것 같다. 미국 내 퓨리서치 센터의 작년 연구에 따르면, 한국 성인의 인터넷 이용율과 스마트폰 소지율은 각각 96%와 94%로 미국 중국 등 39개국 가운데 가장 높다. 더구나 스마트폰 소지율은 조사대상국 평균 59%와 비교할 때 35%포인트나 높다. 나이에 따른 디지털 격차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기 힘든 수치다. 젊은 층이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이해와 적응이 빠르고 이용율도 높을 것이라는 점까지 부인할 필요는 없다. 다만, 중년과 노년의 다수로부터 디지털 무지(illiteracy)가 목격되지는 않는 것이다.

한국은 오히려 ‘디지털 편향’이 더 문제일 것 같다. 최근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국의 보수성향 시민은 주로 유튜브를 디지털 이용 매체로 선택하는 편향을 보인다. 이는 또한 유튜브 내 일부 계정의 내용만을 고정적으로 구독하거나 전달받는 정보 선택의 편향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주변에서 간혹 들었던 우려였지만 이미 사실이라면 문제가 크다. 디지털 편향은 디지털 격차 못지않게 민주주의 발전에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편향은 특히 시민들의 ‘계몽적 이해’를 방해한다. ‘계몽적 이해’란 로버트 달이라는 학자가 제시한 민주주의의 필수요건 중 하나다. 민주주의란 하나의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대안과 그러한 대안 가운데 이뤄진 선택이 낳을 결과를 충분히 알고 있는 시민을 필수요건으로 한다는 것이다. 특정 대안에 매몰된 편협한 이해를 지닌 시민들로는 민주주의가 발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실 계몽적 이해를 원하지 않는 이들을 상상하기 어렵다. 디지털 시대의 기술혁신 담당자도, 시민사회도 이를 배제하지 않는다. 구글의 목표도 달리 해석하면 계몽적 이해를 발전시키기 위한 자원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제공되는 방대한 정보가 그것이다. 시민사회 역시 소수에게 집중된 정보, 정보의 미비로 인한 ‘깜깜이 선택’과 같은 과거의 굴레를 디지털 시대에도 반복하고 싶지는 않다. 디지털 기술이 뒷받침하는 다양한 정보를 성숙한 시민의식을 배양하기 위해 쓰고자 한다.

한국의 기술적 진보는 일단 예측된 방향으로 향하는 것 같다. 나이에 따른 디지털 격차는 크지 않고, 특정 정보에 대한 검열이나 게이트키핑 문제도 심각하지 않다. 우리가 이용 가능한 정보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양이 주변을 맴돈다. 오히려 아쉬운 것은 디지털 시대를 사는 우리의 선택이다. 이념적 성향 때문에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스스로 제한하고, 혹시 있을지 모를 가짜뉴스, 가짜정보로 인해 더 심각한 정보 왜곡 가능성에 노출돼 있다. 이제라도 디지털 편향의 문제를 재검토해야 한다. ‘계몽된 이해’에 도움이 될 미래 환경을 우리 스스로 왜곡하지 않기 위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정훈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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