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블럼 월트디즈니 부사장 ‘곰돌이 푸’ 실사판 개봉 앞두고 방한

“마블 시리즈 작품성 재평가해야
한국의 역동적 관람문화 놀라워
동양인 슈퍼히어로도 곧 탄생”
최근 한국을 방문한 월트디즈니 스튜디오 아시아 태평양 지역 총괄 부사장 데이비드 콘블럼은 “한국의 역동적인 관람 문화를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마블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1,121만명, ‘앤트맨과 와스프’ 544만명, ‘블랙팬서’ 539만명, 픽사 애니메이션 ‘코코’ 351만명, ‘인크레더블2’ 303만명. 올해 월트디즈니 영화들이 한국에서 거둔 흥행 성적이다. 8월까지 전체 해외영화 박스오피스 10위 안에 이들 5개 작품이 모두 올라 있다. 한국 관객의 유별난 애정에 월트디즈니 본사도 깜짝 놀랐다.

“13억 인구를 지닌 인도보다 5,000만 인구에 불과한 한국에서 훨씬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디즈니가 진출한 나라 중에 세 번째로 좋은 성과였죠.” 지난달 서울을 방문한 데이비드 콘블럼 월트디즈니 스튜디오 아시아 태평양 지역 총괄 부사장은 “한국인의 영화 사랑은 정말 대단하다”며 “특별히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콘블럼 부사장은 한국, 일본, 중국, 호주, 러시아 등 15개 국가에서 디즈니 영화 배급을 담당하고 있다.

2018년은 디즈니에 의미 있는 해다. 2009년 인수한 마블 스튜디오가 올해 설립 10주년을 맞았다. 2008년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최근작 ‘앤트맨과 와스프’까지 총 20편을 선보인 마블은 한국에서만 누적관객 1억명을 불러모았다. 전 세계 흥행 수익은 174억달러에 이른다. 콘블럼 부사장은 마블의 성공 비결로 “상호 유기적인 세계관”을 꼽았다.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 토르, 헐크 등 모든 캐릭터가 세계관을 공유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향후 이야기의 복선이 돼 주는 형식이죠. 끊임없이 궁금증을 자아내기 때문에 관객이 매료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더 놀라운 건, 이런 세계관이 1960~1970년대 나온 원작 만화에서 이미 완성됐다는 사실이죠. 저 또한 마블 코믹스를 보면서 자란 열혈 팬입니다.”

마블 스튜디오 10주년 기념작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단순한 오락물로만 여겨졌던 마블 영화는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철학적 깊이를 더해 가고 있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2016)는 공적인 정의를 위해 개인을 희생시키는 게 정당한지 질문을 던졌고, ‘블랙팬서’는 흑인 해방을 둘러싼 이념 갈등을 담았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공멸을 막기 위해 소수의 희생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 악당을 내세워 관객을 윤리적 딜레마에 빠뜨린다. 콘블럼 부사장은 “마블 영화를 작품성 측면에서 재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1930~1970년대 인기를 끈 서부영화도 당시엔 오락물로 치부됐지만 지금은 인간 삶의 면면을 표현한 작품으로 재해석되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마블 영화가 아카데미영화상과 칸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하는 날도 오지 않을까요.”

관객들은 내년 5월 개봉하는 ‘어벤져스4’를 기다리고 있다. 앞서 3월엔 여성 슈퍼히어로가 주인공인 ‘캡틴 마블’도 나온다. 콘블럼 부사장은 “2028년까지 10년간 마블 영화 제작 계획이 잡혀 있다”며 “이름은 밝힐 수 없지만 동양인 슈퍼히어로도 곧 탄생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곰돌이 푸’를 실사화한 영화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

올해는 디즈니의 상징인 미키마우스의 탄생 90주년이기도 하다. 디즈니는 오랜 세월 동심을 사로잡은 고전 애니메이션을 실사 영화로 제작해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미녀와 야수’가 개봉했고, 다음달에는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가 관객을 만난다. ‘호두까기 인형과 4개의 왕국’ ‘메리 포핀스 리턴즈’ ‘덤보’ ‘알라딘’ ‘라이온킹’ ‘뮬란’도 개봉을 준비 중이다. 콘블럼 부사장은 “고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되 고유의 가치는 지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1941년에 나온 ‘덤보’를 지금 보면 동물 학대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덤보는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캐릭터예요. ‘가위손’ 등 여러 작품에서 소외된 삶을 다뤄 온 팀 버튼 감독이 실사 연출을 맡았죠. 감독의 재능과 영화 기술이 만나 어떤 시너지를 낼지 기대가 큽니다.”

비서구권 문화를 다룬 작품에는 현지 배우를 캐스팅했다. ‘알라딘’에는 이집트 출신 메나 마수드가, ‘뮬란’에는 중국 배우 리우이페이(유역비)가 출연한다. 디즈니도 다른 할리우드 영화들처럼 백인 배우를 캐스팅 물망에 올렸다가 화이트워싱 논란을 겪기도 했다. 콘블럼 부사장은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고 문화적 차이를 올바르게 표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한국 전래 동화도 언젠가 디즈니 영화로 꼭 제작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데이비드 콘블럼 부사장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월트디즈니 영화 배급을 총괄하는 책임자이면서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마블 코믹스를 사랑하는 열혈팬이기도 하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디즈니는 애니메이션 명가 픽사 스튜디오와 마블 스튜디오, 루카스 필름에 이어 최근 21세기 폭스까지 인수하면서 명실상부한 콘텐츠 제국으로 군림하고 있다. 디즈니는 향후 자사 콘텐츠를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로 독점 공개할 예정이다. 업계 1위 넷플릭스와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극장 중심 영화 산업에는 위기다. 하지만 콘블럼 부사장은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TV가 나왔을 때도, 비디오와 DVD가 나왔을 때도, 영화의 시대가 곧 끝날 거라는 비관론이 불거졌어요. 새로운 매체가 등장할 때마다 반복돼 왔죠. 그러나 영화 산업은 여전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극장에서 영화만 보는 게 아니라 함께 울고 웃고 즐기며 사회적 경험을 하기 때문이죠. 탄탄한 인프라를 갖춘 한국의 극장은 영화 산업의 미래를 보여 줍니다. 한국 관객의 역동적인 관람 문화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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