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카라과, 인권 보고서 이틀 만에
유엔 인권 대표단 추방 결정
모랄레스 과테말라 대통령도
“반부패 조사 활동 연장 없다”
1일 과테말라 수도 과테말라시티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유엔 산하 과테말라 반면책 국제위원회(CICIG)의 활동 기한을 연장하지 않기로 한 지미 모랄레스 대통령의 결정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과테말라시티=로이터 연합뉴스

부정과 부패가 만연한 니카라과와 과테말라 등 중미 지역 국가에서 유엔 감시ㆍ조사기구가 잇따라 쫓겨나고 있다. 인권 탄압(니카라과), 권력층 부패(과테말라) 등에 대한 유엔의 조사 내용에 불만을 품은 현지 정권이 사실상의 ‘추방 명령’으로 맞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2일 외신에 따르면 니카라과 외무부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자국 내 유엔 인권대표단에 보낸 서한에서 “유엔 조사팀을 초청한 이유와 원인, 조건 등이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며 “오늘이 활동의 마지막 날”이라고 밝혔다.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OHCHR)은 이튿날 이 같은 내용의 성명을 공개하면서 “이 나라에서의 임무가 끝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추방을 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달 29일 유엔이 니카라과 정부의 불법 체포와 고문, 구금 등 인권 유린을 고발하는 보고서를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 4월 이후 니카라과에선 연금개혁 반발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 과정에 대한 정부의 유혈 진압으로 사망자 450여명과 실종자 500여명, 부상자 2,800여명이 발생했다. 유엔도 보고서에서 “300명 이상이 숨졌다”며 “대부분의 시위는 평화적이었는데도, 당국은 군사력을 사용해 국제인권법을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AFP통신은 “유엔 보고서 발표 이틀 만에 다니엘 오르테가 정부가 유엔 조사팀을 추방한 셈”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1일 현지에서 철수한 유엔 조사팀은 파나마 지역사무소에서 원격으로 니카라과 관련 조사를 계속 진행키로 했다.

인근 과테말라에서 활동 중인 유엔의 반부패 조사기구도 ‘강제 출국’ 위기에 처했다. 지미 모랄레스 과테말라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을 열어 유엔 산하 ‘과테말라 반면책 국제위원회(CICIG)’의 권한을 갱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위원회가 우리 법을 위반하고, 사람들과 기관들이 부패 및 면책행위에 참여하도록 부추겼으며, 이념적 편향으로 선별적 형사 기소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CICIG의 활동 기한이 내년 9월 3일로 끝나는 만큼, 소속 인사들은 그 안에 출국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런 결정은 불법 대선자금 수사에 대한 위기감 때문이다. 앞서 CICIG와 검찰은 2015년 대선 당시 모랄레스 대통령의 미신고 선거 자금 82만5,000달러 의혹을 제기하며 그의 면책 특권 박탈을 대법원에 요청했다. 당시엔 의회가 이를 부결시켰으나, CICIG와 검찰은 올해 4월 ‘출처 불명 100만달러’ 혐의를 들어 또다시 대법원에 면책특권 박탈을 요청했고, 지난주 대법원은 이를 수용해 의회로 공을 넘겼다. 국회 의석수(158명)의 3분의 2인 105명 이상의 찬성이 나오면 본격적인 대선자금 수사가 가능해지는데, 그러한 상황이 초래되기 전에 CICIG를 내쫓아 수사 동력을 떨어뜨리려는 의도인 셈이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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