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국제공항 계류장 모습. 연합뉴스

2016년 6월 김해공항 확장으로 귀결된 동남권신공항 건설을 둘러싸고 해당 지자체를 중심으로 불복종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이 문제에 가장 적극적인 오거돈 부산시장은 6ㆍ13 지방선거에서 2년 전 이미 폐기된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실제 시장 당선 이후 줄곧 ▦김해공항 확장으로는 소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24시간 공항으로의 역할을 할 수 없고, ▦가덕도신공항 건설이야 말로 인천공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관문공항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 송철호 울산시장 등도 김해공항 확장 재검토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 주 열린 ‘동남권신공항 추진 부산ㆍ울산ㆍ경남 태스크포스 국토부 실무회의’에서는 부산ㆍ김해 지역구 의원들이 국토부 관계자들에게 김해공항 확장시 우려되는 소음대책, 비행안전문제 등을 집중 추궁하며 오 시장 거들기에 나서는 형국이다.

정부차원에서 차곡차곡 진행중인 대형 프로젝트를 뒤집고 ‘김해공항 확장 백지화 및 가덕도신공항 건설’에 힘을 실어줄 타당성을 찾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다시 시간을 돌려 공항 건설 확정에 이르기까지 과정을 살펴보면 더더욱 명확해진다. 당초 영남권신공항은 부산을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해 온 신공항 필요성에 대해 2003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 당선인이 “적당한 위치를 찾겠다”고 화답한 것이 시발점이다. 이후 부산에서는 가덕도를, 대구 경남 울산에서는 밀양을 후보지로 내세워 지역갈등까지 유발하며 유치 경쟁에 나섰다. 이명박 정부 들어 경제성 미흡 등을 이유로 백지화했으나, 박근혜 정부에서 다시 불씨가 살아났고, 결국 두 후보지 대신 기존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것으로 신공항문제를 마무리 지었다.

당시 선정평가 용역을 맡은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은 각 지자체가 제안한 두 지역 외에 신공항 부지에 어울리는 25곳을 후보에 넣고, 후보지를 압축하는 방식으로 최종안을 내놓았다. 여기에 사업비, 공항운영, 성장가능성, 접근성 등 세부 항목별로 점수를 매겨 결과를 내놓았다.

수치보다 의미를 두고 싶은 것은 당시 정책 결정 과정이다. 해당 지자체 단체장들은 저마다 자신이 주장한 내용과 다른 결정에도 더 이상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결과에 승복했다. 서병수 부산시장, 홍준표 경남지사, 김기현 울산시장, 권영진 대구시장 등 내로라하는 실세 정치인들이었지만 그 누구도 한번 내려진 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대한민국 지역갈등사를 원만히 해결한 모범적 사례로 꼽히는 이유다.

확연한 비교 수치와 사례가 있음에도 문재인 정권 실제 정치인들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건 과거에도 여러 국책사업들이 정권 실제들의 힘의 논리에 따라 변경된 사례가 있어서다. 일각에서 이들 단체장이 과거 박근혜 정권 당시 결정된 정책을 적폐로 몰아 새 판짜기에 나선 것이라는 곱지 않은 의혹마저 제기하고 있다.

전(前) 정부의 실세들이지만, 지역이기주의에 내몰리지 않고 합의한 사안을 두고 이제 와서 판을 깨겠다고 나섰으니 누가 봐도 이상하다.

ADPi가 당시 내놓은 최종점수는 김해공항 확장(881점)이 밀양(683점), 가덕도(580점)를 압도했다. 설령 오 시장이 소음대책 등에서 일부 문제가 있다고 해도 이를 뒤집을 수 없는 큰 점수차다. 여기에 가덕도는 밀양에조차 100점 이상 뒤져 김해공항 확장안이 백지화해도 가덕도에 공항이 갈 가능성은 더욱 낮다. 부산시로서는 차선(김해공항 확장)이 아닌 최선(가덕도)을 택하려다 최악(밀양)의 상황과 마주해야 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더욱이 현직 단체장 중 오 시장을 제외한 울산과 경남 단체장은 가덕도 쪽에 힘을 실어주지 않고 있다. 청와대마저 기존 김해공항 확장을 추진할 의사를 확고히 하고 있다.

사실상 아군이 없는 사면초가 상황인데도, 공약이라는 이유로 추진을 지속하겠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2년 전 단체장들이 그랬던 것처럼 깨끗하게 승복하는 게 최선이다.

한창만 지역사회부장 cm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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