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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힐까 두렵다…” 세월호 마지막 분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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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힐까 두렵다…” 세월호 마지막 분향

입력
2018.09.02 17:56
수정
2018.09.02 22:28
12면
0 0

팽목항 분향소 동거차도 초소 철거

세월호 참사 4년 5개월 만에

오늘 사진 유품 안고 떠나기로

기다림 등대와 추모조형물은 보존

“흔적 기억할 새로운 공간을…

찾지 못한 5명 꼭 돌아오길”

[한국일보 저작권]서울에서 내려온 한 추모객이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해 깊은 생각에 잠겼다. 박경우 기자
[한국일보 저작권]서울에서 내려온 한 추모객이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해 깊은 생각에 잠겼다. 박경우 기자

2일 오전 10시 전남 진도군 팽목항 세월호 분향소. 이날은 4ㆍ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가 3일 분향소를 철거키로 함에 따라 마지막 분향이 이뤄졌다.

‘사랑하는 아들아! 너희들이 있던 이곳도 이제는 정리를 한다고 한다. 아직도 아무것도 해놓은 것이 없는데 너희들이 잊혀질까 봐 두렵단다.’

분향소 마지막 페이지를 장식한 유가족 엄마의 우려가 현실이 된 듯, 철거를 하루 앞둔 분향소는 썰렁하기 그지 없었다.

분향소 한켠에는 ‘평생 잊지 않겠다’.‘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등의 내용이 담긴 방명록 132개가 박스에 보관됐지만 현장 방명록을 보면 확연히 추모객이 줄었다.

다만 추모곡이 흐르는 분향소내에 내걸린 304명(사망자 299명, 미수습자 5명)의 영정은 그대로였다. 단원고 학생들이 좋아하는 신발과 초코파이, 새우깡, 맛동산, 토끼인형, 꽃 등은 가지런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벽면에 걸린 TV모니터에 나온 희생자 모습도 변하지 않았다.

서울에서 온 이재혁(27)씨는 “4년 전 안산 분향소에서 꼭 간다고 했는데 이제서야 팽목항 분향소를 찾았다”며 “희생자들에게 미안하고 철거소식에 뒤늦게 찾았지만 바다를 보면서 느낌부터 다르다”고 말했다. 이 씨는 “앞으로 분향소가 없더라도 4ㆍ16을 기억할 것이며, 아직 찾지 못한 5명의 희생자들도 꼭 돌아오길 기대한다”며 울먹였다.

[한국일보 저작권] 1일 오후 진도 동거차도를 방문한 세월호 유가족들이 초소와 돔 등을 철거하고 있다. 독자제공
[한국일보 저작권] 1일 오후 진도 동거차도를 방문한 세월호 유가족들이 초소와 돔 등을 철거하고 있다. 독자제공

4ㆍ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는 3일 오후 팽목분향소를 정리하고 단원고 희생 학생들의 사진과 유품을 안고 떠날 예정이다. 선체 인양과 해저면 수색이 끝나면 팽목항 분향소를 정리하겠다는 진도군민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발생 이후 4년5개월, 분향소 설치 3년7개월만이다.

[한국일보 저작권]팽목항 기다림의 등대를 찾는 추모객. 박경우 기자
[한국일보 저작권]팽목항 기다림의 등대를 찾는 추모객. 박경우 기자

이날 전주에서 대학생 딸과 함께 팽목항을 찾은 정모씨(55ㆍ여)는 “팽목항 분향소가 없어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이 인근에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넋을 기릴 수 있는 새로운 분향소나 이들의 흔적을 영원히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이 조성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9개월 만인 2015년 1월 14일 세워진 팽목항 분향소는 추모의 상징이었다. 바다에서 올라온 단원고 학생들과 부모가 맨 처음 만났던 장소로 전국민에게 눈물바다로 안긴 곳이다. 차디찬 겨울바다 속에서 부모품으로 돌아온 아이를 맨 처음 끌어안고 오열했던 곳이자, 오랫동안 찾지 못한 희생자를 눈물을 적시며 기다렸던 곳이기도 하다.

[한국일보 저작권] 슬픔과 함께 역사속으로 사라질 팽목항 분향소가 인적이 드문면서 쓸쓸함을 더하고 있다. 박경우 기자
[한국일보 저작권] 슬픔과 함께 역사속으로 사라질 팽목항 분향소가 인적이 드문면서 쓸쓸함을 더하고 있다. 박경우 기자

마음을 조이고, 눈물로 지새는 등 참사와 아픔, 그리고 추모의 상징이 되는 팽목항 분향소와 동거차도 초소 철거도 세월호 가족협의회가 동의했다.

앞선 1일 가족협의회와 시민단체 등 30여명은 진도팽목항에서 뱃길로 2시간 30분 거리인 동거차도를 방문, 이틀에 걸쳐 초소와 돔 등을 철거하고 지역주민들에게 그 동안 감사한 마음을 음식을 통해 전했다. 동거차도 감시초소는 논란이 많았던 세월호 인양과정을 직접보기 위해 만든 것으로, 천막으로 설치된 초기 움막과 후원 시민단체 등의 도움으로 조성한 돔까지 총 3곳이 철거했다.

희생자 김도언 학생의 엄마 이지성씨는 “멀리서 우리 애들 바라보는 공간이었는데 이제는 마음에 안고 안산으로 가야 할 것 같다”며 “그동안 불편을 감수하고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을 도와준 주민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전했다.

팽목분향소는 사라지지만 팽목항 ‘기다림의 등대’와 추모조형물은 보존된다. 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세월호 천막농성장도 세월호참사 진상규명과 상징성을 고려해 당분간 유지한다.

[한국일보 저작권]팽목항 분향소 주위에 희생자를 위로하는 조형물 사이로 기다림의 등대가 보이고 있다. 박경우 기자
[한국일보 저작권]팽목항 분향소 주위에 희생자를 위로하는 조형물 사이로 기다림의 등대가 보이고 있다. 박경우 기자

진도군 관계자는 “3일 오후 희생자 가족들이 동거차도를 나와 팽목항 분향소에 들려 가족 소지품과 영정을 가져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앞으로 항만시설이 조성되면 이 곳에 희생자들을 영원히 기억할 수 있도록 표지석과 조형물 등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팽목항 분향소 공간은 당초 전남도에서 추진하는 진도항 2단계 개발사업구간으로 여객선 터미널 등 항만시설 공사가 진행중이었지만 세월호 참사로 공사가 중단됐다. 도는 2020년 9월까지 282억원을 들여 여객화물부두를 조성할 계획이다. 진도군은 이 근처에 국민해양안전체험관도 조성할 예정이다.

진도=박경우기자 gw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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