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기자들과 만나 “등록 임대주택에 주어지는 세제 혜택을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임대주택 등록제도가 다주택자의 투기를 부추겨 매물 공급을 줄이는 원인이 된다는 지적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이준구 서울대 명예교수는 최근 “투기 억제책의 핵심은 다주택자에게 무거운 세금을 안기는 데 있는데, 등록 임대주택 특혜로 인해 규제가 무력화되는 결과가 빚어졌다”고 비판했다.

실제 다주택자가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양도세 중과를 피할 수 있고 내년부터 강화되는 종합부동산세 합산에서도 배제된다. 대출 규제에서 자유로울뿐더러 임대 의무기간이 끝나면 시세 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다주택자들이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뒤 추가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매하는 일이 빈발한다는 게 당국의 분석이다. 다주택자가 세금 혜택과 시세 차익을 노려 더 많은 집을 사 모으니, 강력한 집값 억제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집값이 계속 상승한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 발표 이후 매달 평균 1만명 넘게 임대사업자로 등록했다. 그 이전의 두 배나 된다.

대규모 정비사업 규제로 공급이 여의치 않은 가운데 다주택자의 투기 수요가 가세하면 매물은 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서울 집값이 계속 치솟는 이유다. 임대주택 등록 사업이 당초 취지와는 달리 부동산 자산가에게 과도한 세금 혜택을 줘 투기를 부추긴다면 보완대책을 고민하는 게 당연하다. 그렇다고 등록 임대주택의 순기능까지 훼손해선 안 된다. 세입자 입장에선 급격한 임대료 인상 걱정 없이 안정적인 거주가 가능한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8월 마지막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57% 올라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 들어 8월 말까지 누적 상승률이 12.4%로 이미 지난해 연간 상승률(11.4%)을 넘어섰다. 8ㆍ27 대책의 약발이 먹히지 않는 것이다. 다주택자의 투기 수요를 막으려면 집을 많이 보유할수록 세부담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임대주택 등록제도가 다주택자의 투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출 규제 등 보완책을 마련하되, 보유세 인상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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