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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2020년 도쿄올림픽 부족한 일손, 학생들 ‘열정페이’로 메꾸나

입력
2018.09.02 13:38
수정
2018.09.02 22:19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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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위, 자원봉사자 11만명 목표

하루 8시간ㆍ10일 이상 활동 요구

식비ㆍ교통비만 지급… 숙박은 제외

“대우 안 좋아” 학생 불만 쏟아져

2020년 도쿄하계올림픽 자원봉사자 모집 홍보영상 캡처.
2020년 도쿄하계올림픽 자원봉사자 모집 홍보영상 캡처.

일본에서 2020년 도쿄(東京)하계올림픽 자원봉사를 둘러싼 ‘보람 착취’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주요 모집대상인 학생들에게 사실상 ‘열정페이’를 요구하고 있어서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목표치로 설정한 11만명 자원봉사자를 모집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벌써부터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달 31일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구에서 2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20년 도쿄올림픽 자원봉사자 모집을 위한 설명회가 개최됐다. 도쿄도(都)는 11월까지 관심 있는 학생들과 시민들을 대상으로 10차례가량 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내달 중순부터 12월 초순까지 응모를 받아 대회운영에 직접 관계되는 대회자원봉사자(8만명)와 경기가 열리는 지방자치단체에서 교통안내를 담당하는 도시자원봉사자(3만명) 등 11만명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학생들은 주로 대회자원봉사에 투입될 전망이다.

조직위 모집 요강에 따르면 ▦하루 8시간 근무 ▦올림픽 전후 10일 이상 활동 ▦연수 참가 등이 요건으로 제시돼 있다. 자원봉사 활동 기간 식비와 숙소에서 경기장까지의 교통비는 지급한다.

조직위는 많은 대학생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지만, 걸림돌은 자원봉사 활동 여건이 열악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지방 학생들은 집에서 도쿄까지 교통비는 물론 도쿄에서의 숙박비를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 교통비와 숙박비가 비싸기로 유명한 도쿄이다 보니 학생들로부터 “참여하고 싶은 생각은 있지만 대우가 좋지 않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옥외에서 자원봉사를 할 경우엔 폭염 속 하루 8시간 활동한다는 것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2020년 대학 3, 4학년이 되는 현재 1, 2학년생들 가운데선 올림픽 기간이 구직활동을 시작하거나 진행되는 시기라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자원봉사자들에게 자발성과 열정만 요구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일본 언론들은 2016년 브라질 리우하계올림픽에선 일부 유상 봉사자가 있었고 올해 평창동계올림픽에선 교통비와 하루 세 끼 식사비, 숙박비를 지급했던 사례를 소개했다. 2일 폐막한 18회 아시안게임에서도 자원봉사자 1만5,000명을 대상으로 자카르타 최저임금 3배인 30만루피아(약 2만3,000원)가 일당으로 지급된 것처럼 일정 수준의 경제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일본 문부과학성이 7월 전국 대학과 고등학교에 올림픽 기간 중 수업과 시험을 피하고 학생들에게 자원봉사 참여를 독려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과거 제국주의 일본이 2차 세계대전 당시 학생들의 헌신을 당연히 여기며 선포했던 ‘동원령’을 연상시킨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일반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2012년 런던하계올림픽의 경우 자원봉사활동 대부분이 시민들의 참여로 진행됐고 학생은 자원봉사자의 12%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장인에게 자원봉사 휴가 도입이나 주부들이 안심하고 자녀를 맡길 수 있는 탁아소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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