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제 1회 동방경제포럼 개막
경제뿐 아닌 외교안보도 공론화
6자회담 중단 상황서 존재감 뚜렷
지난해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에서 열린 제3회 동방경제포럼 전체세션에서 문재인 대통령(왼쪽 두 번째)을 비롯한 각국 정상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사회를 맡은 로니 찬 홍콩 부동산 기업인, 문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할트마긴 바트톨가 몽골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동방경제포럼 홈페이지 캡처

“러시아 극동과 아시아태평양의 경제통합, 그것이 우리의 전략적 목표다.”

2015년 9월 4일 블라디보스토크. 러시아어로 ‘동방정복’이라는 뜻을 가진 이 도시에서 열린 제1회 동방경제포럼(EEF) 개막 연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밝힌 청사진이다. 극동 개발은 러시아의 해묵은 과제이자 오랜 염원이었다. 2012년 집권 3기를 맞아 ‘신 동방정책’을 승부수로 띄운 푸틴은 전진 기지로 블라디보스토크를 택했다. 러시아 근대화를 이끈 표트르 대제가 서쪽 끝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거점으로 키웠다면, 푸틴은 러시아에서 가장 넓고 낙후된 이곳을 도약의 디딤돌로 삼았다. 유럽과 아시아를 동시에 삼킬 듯 노려보는 러시아 제국의 전통 문양인 ‘쌍두 독수리’가 부활한 셈이다.

EEF는 창설 초기에 별로 주목받지 못했다. 러시아는 경제특구인 12곳의 선도개발구역과 자유항 15개를 중심으로 투자 유치에 사활을 걸며 아태 진출을 선언했지만, 2014년 크림 반도 병합 이후 서방 선진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한 꼼수로 비쳤다. 2013년 일대일로(육상과 해상의 실크로드)를 선언하며 서쪽 공략에 나선 중국에 대응해 러시아는 동쪽으로 방향을 튼 것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동북아 정세가 갈수록 꼬이면서 역설적으로 EEF의 존재감이 또렷해지고 있다. 6자회담이 2008년 12월 이후 10년간 중단된 상황에서 EEF는 동북아의 유일한 다자협의체로 각광을 받고 있다. 극동개발을 위한 경제포럼으로 출발했지만 역내 외교안보 현안을 함께 논의하는 공론의 장으로 폭이 넓어졌다. 2016년 2회 포럼은 북한의 잇단 도발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쿠릴 4개섬 영유권 분쟁 등으로 남북한과 중국, 러시아, 일본 간 긴장이 고조되던 시점에 열렸다. 당시 푸틴 대통령 초청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아베 신조 총리 등 동북아 정상들이 앞다퉈 블라디보스토크로 달려갔다. EEF가 단숨에 정상급 협의체로 입지를 굳힌 것이다. 지난해 3회 포럼 기조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신 북방정책’을 제안하며 남북러 경제협력의 신호탄을 쏘았다.

올해 4회 포럼은 11일부터 사흘간 열린다. 러시아는 행사 기간 중국과 사상 최대 규모의 군사훈련을 예고하며 노골적으로 ‘강한 러시아’의 위용을 보여 줄 태세다. 당초 푸틴 대통령이 남북 정상에게 동시에 초청장을 보내 초대형 이벤트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끝내 불참하면서 맥이 좀 빠진 상태다. 그래서 우리 정부도 문 대통령 대신 이낙연 총리가 참석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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