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국제대회에서 고배를 마시며 펑펑 울었던 손흥민(26ㆍ토트넘)이 이번엔 싱글벙글 웃었다.
한국 23세 이하(U-23) 남자 축구 대표팀은 1일(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결승전 일본과 경기에서 2-1로 이겨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20분 연장 혈투가 끝나자 한국 선수들은 그라운드로 뛰쳐 나와 물을 뿌리며 서로를 끌어안았다.
‘캡틴’ 손흥민 역시 이번에는 활짝 웃었다. 환한 표정으로 김학범 감독에게 감사의 표시를 한 뒤 양 손에 태극기를 들고 그라운드를 가로질렀다. 한국 응원단 쪽 트랙에 드러누운 손흥민 위로 동료들이 덮치며 우승 세리머니는 절정에 달했다.
손흥민은 태극마크를 달고 참가한 3번의 국제대회에서 매번 눈물을 흘렸다. 첫 월드컵 무대였던 2014 브라질 월드컵 알제리 전에서 2-4 참패를 당하자 서럽게 울었다. 2년 뒤 리우 올림픽에서도 손흥민은 울었다. 손흥민은 조별리그에서 2골을 넣으며 활약했지만 8강 온두라스전에서 아쉽게 졌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에서는 멕시코에 져 16강 진출이 사실상 어려워지자 또 다시 눈물을 쏟아냈다.
생애 처음 출전한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달랐다. 주장 완장을 차고 그라운드 안팎에서 중심을 잡았다. 한국 선수들을 하나로 뭉쳐 정상까지 끌고 오른 손흥민은 시상식에서 싱글벙글 웃으며 그 동안의 마음고생을 한 번에 떨쳐냈다.
손흥민은 시상식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 인터뷰에서 “평생 잊을 수 없는 30분이었다”며 “골도 넣고 골도 먹었고, 찬스도 있었는데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이 일어날 수 있구나 싶었다”며 미소지었다. 선제골 장면에 대해선 “드리블을 해서 지나가는데 (이)승우가 ‘나와 나와’라고 해서 빨리 비켜줬다”고 설명했다. 그는 “승우가 더 좋은 자리에 있었다”며 “잘 마무리해서 고맙다”고 활짝 웃었다.
치비농(인도네시아)=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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