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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빠(문재인 대통령의 열정적 지지자)를 비롯한 ‘정치인 빠’ 현상은 정치 체제의 불안정성이 만들어낸 증상일 뿐, 치켜세울 일이 아니다.’ 사회 평론가 박권일씨가 문예지 ‘자음과 모음’ 가을호에 실은 글 ‘정치 팬덤이라는 증상‘에서 펼친 논지다. 문빠를 두려워하거나 맹목적으로 두둔하는 목소리를 향한 일갈이다.

박씨는 문빠, 박사모 같은 정치인 팬덤이 기세를 떨치는 이유로 한국 사회의 매개 조직(정당, 노동조합, 사회운동, 언론 등 개인과 권력 중심부를 연결하고 매개하는 조직)이 허약한 것을 들었다. 그는 ”그런 사회에서는 역량과 매력을 갖춘 정치인이 유니콘처럼 희귀하기 때문에 특정 정치인에게 과도한 기대와 역사적 소명을 부여하기 쉽다”며 “유명인, 인기 스타가 어느 날 갑자기 정치에 뛰어드는 경우가 자주 일어난다”고 했다.

박씨는 “매개 조직이 강하고 다양한 사회에서는 이성과 합리성이 사회적 평판을 높이는 내깃돈(Stakes)으로 작용하는 반면, 매개가 약한 사회에선 정치 효능감(Political efficacy)이 내깃돈이 된다”고 지적했다. 정치 효능감은 “내 행동으로 정치인, 관료 같은 정치 주체가 반응한다는 일종의 타격감”이다. 박씨는 “효능감은 많은 사람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동력이 되지만, 내용과 방향이 없다는 게 문제”라며 “비도덕적 행위, 심지어 범죄를 저질러도 강한 효능감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매개가 약한 사회에선 편견과 아집으로 가득 차 비판에 귀 막는 존재가 절대 다수를 점하고, 내부 비판이나 성찰은 그것이 아무리 정당할지라도 내부 총질로 간주되어 축출된다”고 꼬집었다.

박씨는 최성호 경희대 철학과 교수가 한 언론매체에 기고한 ‘문빠에 대한 철학적 변론’을 인용했다. “(문빠는) 정부의 실수나 오류를 용인할 준비가 돼 있고, 그에 대해 정당하게 제기될 수 있을 법한 비판도 곧잘 무시한다. 나아가 그들은 정부의 성공이 많은 부분 자기 자신들의 몫이라 인식하며 정부를 야당과 주류 언론의 비판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여론전도 마다하지 않는다.” 박씨는 “흥미롭게도 1930~1940년대 히틀러빠도 정확히 그렇게 행동했다”고 일갈했다. “적어도 행태에서만은 ‘문빠’와 ‘히빠’는 구별 불가능한 것이다. ‘세상을 바꾸고 있다는 느낌’과 ‘세상을 실제로 바꾸는 것’은 다르다. 더구나 ‘세상을 더 낫게 바꾸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박씨는 “정치 팬덤은 불가피하며 교정될 수 없는 주장을 거부하면서 동시에 정치 팬덤을 대중의 무지와 광기로 환원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회의 매개 조직을 강화해 공론과 뛰어난 정치인을 길러내고, 진영논리가 아닌 당파성을 통해 정치 참여 동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중요한 건 민주주의자로서 이성과 합리성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결론 맺었다.

사회비평가 박권일씨. 한국일보 자료사진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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