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가전 박람회 IFA 2018이 개막한 31일(현지시간) 독일 시티큐브 베를린에 마련된 삼성전자 전시관에 관람객이 몰려들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 일찍 출근하는 엄마가 서둘러 자동차에 올라타 “가족들을 깨워줘”라고 말한다. 가족들 방마다 설치된 스마트 스피커는 각자가 좋아하는 음악으로 알람을 울리고, 커피메이커는 기상 시간에 맞춰 자동으로 커피를 내리기 시작한다. 냉장고는 가족마다 목소리를 구분해 각자에 맞는 스케줄을 알려주고, 의류관리기는 “오늘 비가 오니 목도리를 두르라”고 조언해준다.

공상과학 영화에나 등장하던 모습이 어느덧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다가오고 있다. 인공지능(AI)이 이미 생활 가전 깊숙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3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한 유럽 최대 가전 박람회 ‘IFA 2018’에서는 AI로 무장한 ‘똑똑한 가전들’이 전시관을 가득 채웠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TV와 세탁기, 냉장고 등 생활가전 중심이었던 IFA 전시회는 이제 로봇과 스마트폰, 빌트인 가구와 헬스케어 등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술의 경연장이 됐다. 58회째를 맞은 올해는 57개국 1,800여개 업체들이 축구장 50개 넓이 전시장에 부스를 꾸며 약 25만명에 달하는 관람객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1930년 천재 물리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나섰던 IFA 개막 기조연설에 올해는 우리나라 최고경영자(CEO)가 나섰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과 박일평 사장은 첫 기조연설자로 무대에 올라 청중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조 부회장에 뒤이어 리처드 유 화웨이 CEO와 닉 파커 마이크로소프트 부사장의 기조연설도 진행됐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화웨이의 AI 비전을 설파한 유 CEO는 “최근 AI 제품마다 각기 다른 자체 표준을 밀고 있어 플랫폼 간 간극이 개발자를 힘들게 하고 있다”며 “화웨이의 AI 플랫폼으로 AI 개발자 환경을 표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LG전자가 31일부터 오는 5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IFA 2018'에 참가해 인공지능 기술 등이 접목된 신제품을 선보인다.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이 'LG 클로이' 로봇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올해 전시엔 주제처럼 AI가 적용된 가전제품들이 대거 공개됐다. LG전자의 ‘스타일러 씽큐’는 생활패턴에 따라 목소리만으로 의류관리 코스를 설정할 수 있고, AI스피커로 요리 레시피를 검색하면 자동으로 오븐이 해당 요리 모드에 맞게 설정된다. 삼성전자 부스에서는 GPS 기능을 이용해 가족 구성원 중 누가 집에 들어가냐에 따라 자동으로 온도와 TV채널까지 맞춰지는 ‘인텔리전트 홈’ 기능이 시연됐다.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과 인터넷 기업 구글도 자사의 AI 플랫폼을 알리기 위해 별도 부스를 마련하고 손님을 맞았다. 구글 어시스턴트와 아마존 알렉사는 전세계 개발자들이 활용하는 AI 플랫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아마존은 전시장 한 켠에 삼성전자의 세탁기, LG전자의 TV 등을 놓고 이들이 알렉사에 기반한 IoT로 서로 연결되는 모습을 시연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씽스’라는 부스를 통해 AI스피커와 로봇 팔 등의 새 기기를 선보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밖에도 코웨이, 쿠쿠, 위닉스 등 59개 업체가 참가했다. 이들은 공기청정기와 정수기 등 AI 기술이 적용된 소형 가전제품을 중심으로 유럽 시장 진출을 노린다.

1924년 처음 개최된 IFA는 당시 독일 정부가 라디오라는 혁신 기술을 선보이려 마련한 자리였다. 이후 1937년 최초의 컬러TV, 1981년 최초의 CD, 1991년에는 MP3가 처음으로 공개되는 등 점차 혁신 기술을 소개하는 장소로 발전해왔다.

베를린=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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