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효씨를 대신에 재판에 참석한 형 김승홍(왼쪽에서 두 번째)씨가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후 소회를 밝히고 있다. 김진주 기자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합니다.”

판사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방청석에선 박수가 터져 나왔고, 동생 김승효(68)씨를 대신해 재판에 출석한 형 김승홍(76)씨는 흐르는 눈물을 막지 못해 하얀 손수건으로 연신 눈물을 닦아냈다.

서울고법 형사11부(부장 이영진)는 31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12년을 선고 받은 김승효씨 재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일동포인 김씨는 일본 교토에서 줄곧 살다가 1973년 4월 유학생 선발 시험에 합격해 서울대에 진학했다. 그러나 이듬해 5월 간첩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갑작스레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에게 끌려갔고, 모진 고문을 이기지 못해 간첩이라 허위 자백을 했다. 법원은 그런 김씨에게 징역 12년에 자격정지 12년을 선고했다.

이후 김씨의 삶은 철저히 망가졌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거라 생각했던 끔직한 고문의 기억은 끊임없이 그를 괴롭혔고, 이는 결국 정신병으로 이어졌다. 주변의 계속된 설득으로 재심을 청구했고, 3년 만에 서울고법이 이를 받아들여 두 차례 심리 끝에 선고가 진행됐음에도 이 자리에 나오지 못한 이유다.

재판부는 “검사나 경찰이 작성한 김씨의 진술조서 등은 형사소송법이 정한 체포나 구속 절차에 위배된 강제연행 또는 불법체포에 해당한다”며 “피고인 진술 또한 장기간 불법구금 상태에서 한 것이기 때문에 증거능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김씨 자백에 대해서도 “피고인의 한국어 능력 실력 등에 비춰 봤을 때 공소사실 전체 내용을 잘 이해한 상태에서 범죄 사실을 인정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김씨가 당시 고문을 받았다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현재 심한 조현병 증세를 앓고 있고, 그 질환이 과거 수사기관의 고문이나 가혹행위로 인한 것일 수 있다는 개연성은 보이지만, 이를 증명할 명백한 증거가 없다”라며 “고문에 대해선 명시적으로 판단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재판이 끝나고 김씨의 형은 “(무죄를 선고 받아)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라면서도 “우리가 이런 일을 당한 것에 대해 국가가 책임을 느끼고 사죄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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