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법외노조 소송 개입 의혹 관련 영장 法 “임의제출 선행해야”
이달 초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 의혹 땐 외교부 영장 발부
검찰 “전례 없는 ‘임의제출 선(先)이행’ 조건 내세워” 반발
한국일보 자료사진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재판거래 의혹 사건 수사와 관련해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 발부 기준을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는 모양새다. 특히 재판거래 의혹에 연루된 정부부처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발부 기준이 고무줄 잣대라는 비판이 나온다.

31일 검찰에 따르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봉수)는 고영한 전 대법관(법원행정처장)과 대법원 재판연구관실, 청와대 비서관실, 고용노동부 등 관련자 자택과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전날 서울중앙지법 이언학 영장전담판사가 이를 기각했다.

검찰은 전교조 법외노조 소송을 담당한 고용부 관계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고용부가 2014년 10월 8일 대법원 재판부에 접수한 재항고 이유서를 청와대로부터 전달받아 제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고용부가 주무부처로서 소송서류를 작성하고 제출한 게 아니라 청와대가 소송에 직접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청와대가 소송에 개입하는 과정에서 법원행정처와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의심할 만한 단서도 일부 나왔다.

관련자 진술에도 불구하고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 기각 결정으로 검찰 수사는 핵심부를 파고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법원은 대법원 재판연구관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 대해선 “재판연구관실 문건과 정보의 인멸 가능성이 없고, 검찰이 임의제출 요구를 하지 않았다”며 기각 사유를 밝혔다. 전 청와대 비서관에 대해서는 “법원행정처와 청와대가 재항고 이유서를 주고 받았다면 이메일을 이용했을 개연성이 커 장소에 대한 압수수색이 필요 없다”는 사유였다.

검찰은 ▦과거 고용부와 청와대 관계자들의 진술이 다수 확보됐고 ▦재항고이유서 등 불법 행위 혐의가 수사로 드러나 압수수색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됐으며 ▦압수수색 성격상 수사 기밀을 유지한 채 증거를 확보해야 하는 점 등을 들어 법원 결정을 받아 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특히 고용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청구가 기각된 것을 두곤 이중잣대라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기각 사유는 “공무소에 대한 압수수색은 임의제출이 먼저 이행돼야 한다”는 것이지만 앞서 법원은 법원행정처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재판 개입 의혹과 관련해선 외교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내준 바 있다. 같은 혐의인데도 다른 잣대를 내밀며 강제수사에 제동을 걸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외교부에 대해서도 사전에 임의제출 요구가 없었음에도 같은 영장판사에 의해 영장이 발부됐었다”며 “동일한 영장판사가 갑자기 외교부와 달리 고용부에 대해서는 ‘임의제출을 먼저 이행하라’는 조건을 내세워 영장을 전부 기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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