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한 전화 받고 재판부에 전달했다” 진술 확보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일선 법원 판사의 비리를 은폐하고 관련 재판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

31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봉수)는 전날 윤인태 전 부산고법원장(61ㆍ현 변호사)을 비공개 소환조사했다. 윤 전 법원장은 2016년 가을 고영한 당시 법원행정처장(대법관)에게 “변론을 직권 재개해 1~2회 공판을 더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전화를 받은 뒤 해당 재판을 맡았던 김모 부장판사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판사 관련 리스크 검토’ 문건에 담긴 의혹들을 모두 인정한 셈이다. 실제로 재판부는 변론종결했던 사건을 다시 재판했다.

문모 전 부산고법 판사는 조현오 전 경찰청장에게 5,000만원을 건넨 혐의(뇌물공여)로 부산고법에서 항소심 재판을 받던 정씨에게 재판 관련 정보를 몰래 누설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검찰로부터 문 전 판사의 비위를 통보 받고도 별다른 조치 없이 이를 덮으려 했다.

2016년 9월 말 김모 전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실 윤리감사관이 작성한 문건에는 문 전 판사의 비위 내용을 은폐하기 위해 고 전 처장이 윤 전 법원장에게 직접 전화를 하는 등 재판에 개입한 정황이 담겨있다. 또 문건에는 '판사가 재판 내용을 유출한 것이 사실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검찰 불만을 줄이려면 재판이 제대로 되고 있다는 인식을 줄 필요가 있다'며 ‘공판을 1, 2회 더 진행해 항소심이 제대로 진행되는 것처럼 보일 필요가 있다'는 내용도 등장한다.

정씨의 항소심 변론은 문건 내용대로 재개됐다. 검찰은 문 전 판사가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59·구속)과 가깝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법원행정처가 숙원사업이었던 상고법원 도입에 이용하려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구체적 해명을 듣기 위해 윤 전 법원장에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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