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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까지 내놨지만… 북 정권수립 70주년 ‘외화내빈’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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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까지 내놨지만… 북 정권수립 70주년 ‘외화내빈’ 가능성

입력
2018.09.0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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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부터 대규모 열병식 예행연습 中 

 생산 현장 독려 위해 김정은 강행군 

 ‘中배후’ 美주장에 시진핑 방북 주저 

 美외교력이 ‘고위급 사절’ 파견 방해 

 국제사회 자극 십상 무력 과시 곤란 

 대북 제재 지속으로 경제 성과 한계 

 “폼페이오 방북 취소로 美가 키운 판 

 협상 교착 문제 일거 해결 가능성도” 

북한 정권 수립 65주년인 2013년 9월 9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행사에서 북한 주민들이 국기를 들고 대열을 정비해 전진하고 있다. 평양=AP 연합뉴스
북한 정권 수립 65주년인 2013년 9월 9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행사에서 북한 주민들이 국기를 들고 대열을 정비해 전진하고 있다. 평양=AP 연합뉴스

북한이 정권 수립 70주년을 맞는 다음달 9일 9ㆍ9절 기념 행사 준비에 여념이 없는 듯하다. 5, 10년 단위로 꺾이는, 이른바 정주년을 북한이 각별히 챙겨온 만큼 대규모 행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정황도 있다. 최근 미국 관영 방송 미국의소리(VOA)가 평양 미림 비행장과 김일성 광장 일대에서 열병식을 준비하는 대규모 인파와 대열을 맞춘 전차와 차량 등이 보인다고 위성사진 전문업체 ‘플래닛 랩스’를 인용해 꾸준히 보도해오고 있는 데다, 서훈 국가정보원장도 지난달 28일 국회 정보위원회 회의에서 “북한이 9ㆍ9절을 앞두고 4월부터 하루 2만명을 동원해 예행 연습을 하고 있으며, 열병식은 2ㆍ8 건군절(북한 인민군 창설 기념일) 수준으로 치러질 것 같다”고 보고했다.

가시적 성과를 얻어내기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안간힘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 ‘김정은 위원장 최근 현지지도 행보 속 정책 코드 읽기’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6ㆍ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끝낸 뒤인 6월 30일부터 9ㆍ9절 열흘 전인 8월 21일까지 54일 동안 7개 지역, 30개 생산 현장을 현지지도 하는 강행군을 하며 더러 고강도 질책을 쏟아냈다. 이는 정상회담으로 북미관계 개선의 물꼬를 튼 만큼 경제 부문을 적극적으로 챙기겠다는 취지라는 게 홍 위원 해석이다.

북한 정권 수립 65주년인 2013년 9월 9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한복을 입은 북한 여성들이 꽃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평양=AP 연합뉴스
북한 정권 수립 65주년인 2013년 9월 9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한복을 입은 북한 여성들이 꽃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평양=AP 연합뉴스

그러나 대미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북한의 고민이 깊어졌을 법하다. 4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핵ㆍ경제 건설 병진’ 노선의 승리를 선포한 뒤 비핵화와 대북 안전보장의 교환이라는 ‘빅딜’을 노리며 미국과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았지만, 정상회담 성사 말고는 딱히 손에 잡히는 성과가 없다는 사실이 ‘공화국 창건’ 70주년 9ㆍ9절 기념 행사를 성대하게 거행하고 싶은 북한 입장에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9ㆍ9절을 보름가량 앞둔 시점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발표한 평양 방문 계획을 불과 하루 만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 철회하면서 책임을 중국에 돌린 것도 북한으로선 악재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9ㆍ9절 계기 방북 가능성을 현저히 줄여버렸기 때문이다. 미국이 ‘중국 배후론’을 제기한 상황에서 시 주석이 선뜻 움직일 수 있겠냐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의 세 차례 방중으로 토대가 닦인 북중 친선 관계를 과시할 필요성이 분명 있지만, (미국이 중국 배후론을 제기한) 현 상황을 감안해 시 주석보다는 최고위급 인사가 평양을 방문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분석했다.

시 주석뿐 아니다. 9ㆍ9절을 축하하러 북한을 찾을 해외 고위급 인사도 많지 않을 공산이 크다. 대화가 진행 중이기는 해도 북미의 대치가 여전히 첨예한 상황이어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의 ‘참석 외교력’과 미국의 ‘방해 외교력’이 대립하는 형국”이라며 “미국의 국력이 워낙 강한 만큼 (북한의 전통적 우방국인) 중국이나 동남아시아ㆍ아프리카의 주요 비동맹 국가 일부 정도가 참석하지 않을까 한다”고 내다봤다.

북한 정권 수립 65주년인 2013년 9월 9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 참석한 군인들의 모습. 평양=AP 연합뉴스
북한 정권 수립 65주년인 2013년 9월 9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 참석한 군인들의 모습. 평양=AP 연합뉴스

비핵화 협상을 해 보겠다고 나선 터에 요란하게 군사력을 자랑하기도 쉽지 않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같은 신형 무기 공개가 자칫 국제사회에 진정성 결여로 비칠 수 있어서다. 때문에 체제 결속을 위해 무기를 동원하더라도 TV 중계는 하지 않는 식으로 대외 메시지 관리에 나서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무력 과시 면에서는 예년보다 절제된 ‘로키(low-key)’ 행사 개최가 불가피한 일이라는 것이다.

대신 4월 당 중앙위 회의에서 새로운 국가 전략으로 채택한 ‘사회주의 경제 건설 총력 집중’ 관련 메시지를 부각할 가능성이 크다. 양무진 교수는 “김 위원장이 올 신년사에서 방점을 찍은 삼지연군 꾸리기와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 단천발전소 건설, 황해남도 물길 2단계 공사 등의 성과와 치적을 강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경제 부문 성과가 북한 주민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킬 만한 수준에 도달했는지는 의문이라는 게 대체적 평가다. 중국의 ‘뒷문 개방’ 정황이 없지 않지만 미국 주도로 구축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망은 여전히 견고하다. 더구나 미국이 남북 교류ㆍ협력 시도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면서 남측이 남북관계 개선 속도 조절에 들어간 상황이어서 북한으로선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북한이 기댈 곳은 하루 아침에 북미관계가 급변할 가능성이다. 미국이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북한과 대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데다 북한도 폼페이오 장관 방북 취소와 관련해서는 별다른 비난을 하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31일 “9ㆍ9절 전에도 충분히 상황이 바뀔 수 있다”며 “미국이 (방북을 취소하면서) 판을 키운 상태이고 오히려 이번에 잘 풀리면 (협상 교착 문제가) 일거에 해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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