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로 예정된 3차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 분위기가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이 돌연 취소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이 9월 9일을 전후해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남북정상회담은 이후 열릴 것으로 보인다. 9월 11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될 러시아 동방경제포럼에 시 주석,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아베 신조 일본 수상 등이 어떻게 응할지 주목된다.

이런 상황에서 개최될 남북정상회담에 우리 ‘운전자’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다. 우리의 의지와 방향대로 운전대를 조정할 수 있을지, 또는 미북중 사이에서 ‘운전기사(chauffeur)’로 전락할 것인지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이유는 우리가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이후 미국에 전해준 북한의 비핵화 시기, 즉 ‘1년 내 비핵화’ 약속 때문이다.

북한이 전한 ‘1년 내’ 시점을 명확히 밝히진 않았지만 여러 정황으로 미뤄 유권해석은 가능하다. 기점은 북미정상회담 개최 전후의 정황에서 4월로 추론할 수 있다. 북한이 비핵화 의사를 5월 24일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통해 전해왔기 때문이다. 두 달 후 북한은 7월 25일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해체 조치도 이의 일환으로 결정되었다고 선언했다. 이런 북한의 일련의 조치는 ‘1년 내’ 기점이 4월이었음을 방증한다.

그로부터 이제 거의 반년이 지났다. 그러나 반전은 없었다. 미북 관계는 교착 상태고 중국은 두 나라 사이에서 지분을 요구한다. 이에 미국은 중국 배후론, 중국의 대북 제재 누수론을 북한의 돌연한 태도 변화의 추동 요인으로 제기하고 있다. 이에 중국은 ‘무책임한 논리’라고 맞섰다. 미북중 3국 간의 책임 공방론 속에서 3차 남북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후 미국의 대북 전략 결정에 관건이 될 것이다. 이번 회담은 북한 비핵화의 전환점과 같은 결과를 반드시 도출해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반도 평화 분위기의 동력은 블랙홀로 추락할 것이다. 미국의 더 강경한 대북 압박은 자명하다. 중국의 개입은 더 노골화할 것이다. 우리의 운전대는 이들의 지시에 따라 조정될 것이다. 문제는 이들의 지시가 제 각각이라는 점이다.

이에 우리는 과거 3차례(1994년, 2005년과 2007년)의 북한 핵협상 합의 결과 과정을 반면교사로 삼아야한다. 과거 사례에서 북한이 보여준 비핵화 입장이 오늘날에도 동일하고 유효한 사실이 다음 세 가지 불변의 원칙으로 증명된다.

첫째, 북한 핵문제는 정치적 목표에서 시작돼 정치적으로 풀 수밖에 없는 내재적 구조를 갖고 있다. 즉 북한의 핵 고수 동기가 정권의 생존과 정당성에서부터 국가 안보와 존폐 문제까지로 직결된다. 그래서 어떠한 경제적 보상 제안에도 설득될 수 없다는 사고가 확고하다. 4월 우리의 남북 경협론과 일본 보상론, 6월 미국의 북한 발전 잠재력설이 먹히지 않은 이유다.

둘째, 북미관계 개선을 통한 비핵화는 어불성설이다. 미국의 어떠한 정치적 조건도 북한에게 선결조건이 될 수 없다. 오직 미국의 모든 대북 위협 요소의 철수가 수용 가능한 조건이다. 북한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재촉하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비핵화를 정치적 조건 충족 이후 보여줄 수 있는 최후의 성의라고 보는 확고부동한 사고다. 북미 수교와 신뢰구축도 이후의 일로 본다. 이 모든 것이 1993년 이후 변함없이 유지되어 왔다.

역사는 이때부터 북한을 비핵화협상에 응하게 한 책략은 압박 뿐이라고 증명한다. 평화적 해결의 최선책은 압박의 극대화 뿐이라는 의미다. 군사적 압박, 원유 공급 중단과 금융제재 등의 결과로 협상이 재개됐고 대북 제재 완화와 일시적이나마 한반도 평화 분위기 조성도 가능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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