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문재인 대통령님!

자영업자 보다 더 고통스러운 사람도 있습니다. 실제 농민 중 일부는 영세 자영업자보다 더 힘든 상황입니다. 예를 들어 2017년 통계청의 농림어업조사에서 쌀농사를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전국에서 논을 가진 농가는 58만 가구입니다. 이중 0.3~0.5ha(900평~1,500평)를 소유한 영세 가족농이 약 17%로 모집단 중에 가장 큽니다. 또 경영주의 평균연령이 75~79세인 가구가 전체의 17.2%로 가장 높습니다. 그렇다면 논이 있는 농가들의 쌀 판매금액은 얼마일까요. 300~500만원이 전체의 24.9%로 최대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0.4ha(1,200평)의 쌀 경영비를 개략적으로 분석해 보면 이렇습니다. 비용으로 트랙터 경운비 30만원, 이양비 25만원, 농약대 18만원, 비료대 10만원, 벼 수확비 30만원, 건조비 15만원, 각종 제세공과 및 사용요금 120만원 등 총 248만원이 지출됩니다. 수입으로는 1,200평에 55포대(100평당 4.6포대) 수확해 포대당 5만5,000원을 받으면 302만5,000원 정도이지요. 여기에 변동직불금 32만원을 합하면 334만5,000원이 수입인 셈이죠. 334만5,000원에서 248만원을 빼면 순이익은 86만5,000원입니다.

농가가 5월 논물 넣기 시작해 10월 벼 수확이 끝난다고 가정해 보시죠. 평균 5개월 정도 일한다면 한 달에 17만3,000원, 하루에 5,766원을 법니다. 도시 4인 가구의 하루 평균 수입인 19만4,000원의 2.9%뿐이죠.

그래도 농민은 소처럼 참고 인내합니다. 그렇지만 힘들다는 거 아시죠. 70대 후반 나이에 얼마나 더 현실에서 신음해야 하나요. 이번처럼 폭우에 자연재해라도 나면 1년 농사 망칩니다. 농협에 융자 얻어 살아야 합니다.

역대 정부에서는 농업의 비경제적 가치나 논이 보유한 환경적 가치를 찬양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초고령 농민에게 베푸는 복지나 생활안정에는 잔인했지요. 지금도 최저임금이라는 단어가 부끄러운 빈농 현상의 책임자는 국가입니까, 국민입니까, 아니면 방관하는 관료입니까. 헌법에 경자유전을 명기했다면 국가의 보호가 필요합니다.

촛불이 광화문에서 금남로, 부산 서면을 덮으면 바뀔 줄 알았습니다. 대통령이 인식하면 정말 변할 줄 알았어요. 이제 벼 익는 계절이 돌아옵니다. 추수를 앞둔 농민에게는 한숨의 계절입니다. 벼농사는 누렁이의 멍에이지, 저녁 있는 노동이 결코 아닙니다. 전원적인 농촌 풍경은 도시민에게는 낭만이지만 슬픈 농민에게는 설움과 회한의 공간이 됩니다.

군사정부 시절에는 민주화가 되면 모두 해결될 줄 믿었죠. 민주화 시절에는 진보가 집권하면 나아질 줄 확신했고요. 개발과 신보수가 되면 정말 잘 살 줄 착각도 했답니다. 촛불혁명 이후에는 진짜 적폐가 청산된다고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월 가듯 6번 대통령은 바뀌었지만 관료들의 멜로디와 리듬은 신효범의 노랫말처럼 언제나 그 자리인거 아시죠.

농민의 소득수준은 도시민의 절반에 가깝고 고령농의 소득은 절대빈곤에 근접하지만 정부는 애써 외면한다는 생각은 저만의 착각인가요. 바라건대 대통령님, 75세 이상 초고령 농민들에게 “농부월급제”를 검토해 주십시오. 우리나라 농업보조금은 OECD 평균의 40% 수준이며 미국의 절반 수준이라고 합니다. 선진국들은 농업이 살아야 2, 3, 4차산업이 발전한다고 믿고 농업경쟁력을 국가경쟁력의 기본으로 판단합니다.

성천 류달영선생은 반세기 전 “농민은 민족의 뿌리요, 농업은 산업의 근간”이라고 역설했습니다. 대통령께서 농촌이 도시를 위해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고 생각하신다면 적어도 나무가 성장할 물과 양분은 국가나 도시가 공급해 주는 것이 도리라고 한 말씀만 해 주십시오.

유상오 한국귀농귀촌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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