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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가 궁금해?] ‘고구마’ 문 대통령과 ‘사이다’ 이해찬… “우린 제법 잘 어울려요”

입력
2018.09.01 10:0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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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靑, 이 대표가 군기반장 맡아 

 내각ㆍ여권 결집시키길 내심 기대 

 당청관계 당으로 기울까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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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당 ‘여당 강성 대표’ 득실 계산 

 홍준표가 말로 잃은 표를 

 “이해찬이 되돌려 준다” 얘기 돌아 

 

그래픽=신동준 기자
그래픽=신동준 기자

이해찬 의원이 지난달 25일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로 취임했다. 집권 2년 차를 맞아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위기국면에 강성인 이 대표가 등장하면서 여권은 물론 야당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강성 이미지를 의식한 듯 이 대표는 취임 첫 일성으로 최고수준의 협치를 강조했고, 첫 방문지로 TK(경북 구미)를 택하는 등 인상적인 행보를 보였다. 특히 첫 고위당정청회의에서 직접 종부세 강화를 천명하는 등 본인의 색깔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한 모습이다. 이 대표 취임으로 민주당은 그간 청와대 주도의 국정운영에서 당·청이 조화를 이루는 진정한 의미의 수평적 당청관계를 기대하는 반면 야당들은 강성 대표의 등장으로 치열한 대여 투쟁을 준비하는 분위기다. 이 대표 취임과 관련한 정가 움직임을 체크하기 위해 본보 국회팀과 청와대팀이 카톡방에 모였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25일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전국대의원대회에서 당대표에 당선된 뒤 수락연설을 하기에 앞서 손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25일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전국대의원대회에서 당대표에 당선된 뒤 수락연설을 하기에 앞서 손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의도 구공탄(구공탄)=당초 예상대로 강성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집권당 수장 자리에 올랐습니다. 배경은 무엇인가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당나귀)=이 대표가 42.9%의 높은 득표율로 당선된 데는 수구 진영의 공세로 문재인 정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평가가 있습니다. 대세론을 위협하는 건강악화설과 불통 논란 등의 감점 포인트가 있었지만, 민주정부3기가 위기 상황에 놓인 만큼 강한 당대표로 결집해야 한다는 전략적 판단이 있었다는 겁니다.

여당탐구생활(탐구생활)=“원조 친문이 아니다”는 일부의 공격도, “친노 좌장이 친문이 아니면 도대체 누가 친문이냐”는 방어에 맥없이 무너졌죠. 뚜렷한 친문 후보가 없었고, 다른 경쟁 후보의 매력도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다는 점 역시 이 대표에게 유리하게 작용했습니다.

21세기 소년백서= 전당대회 기간 과거 이 대표가 총리 시절 대정부질문에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설전을 벌이는 영상이 화제가 됐는데, 이를 두고도 이 대표에게 거는 당내 기대감을 보여준 것이란 얘기가 나왔습니다.

이해찬(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7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으로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축하 난을 전달받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이해찬(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7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으로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축하 난을 전달받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구공탄=차기 민주당 대표에 대한 관심은 청와대가 가장 컸겠죠. 청와대 분위기가 궁금하네요.

평생낮술(낮술)= 청와대 내부에서는 문 대통령의 민주당 전당대회 참석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는 얘기가 들렸습니다. 문 대통령이 ‘민주당 정부’라고 강조했었고, 지지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지지세력 결집을 위해서라도 전당대회에 참석해야 한다는 의견과, 야당과의 협치 등을 위해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는 의견이 갈렸다고 하는데요. 최종적으로 문 대통령이 전당대회 참석으로 마음을 굳혔지만, 태풍 솔릭 대비 때문에 접었다고 합니다.

구공탄=이 대표가 취임 후 첫 지역 방문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 고향인 경북 구미를 찾았는데 예상 밖의 행보란 말이 많습니다.

탐구생활= 통합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노림수였죠. 당내에선 구미 방문을 두고 ‘신의 한 수’ 였다는 평가가 나와요. 구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이자 대한민국 경제를 주도했던 국가공단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지만 쇠락을 거듭했죠. 그러다 골수 보수주의자들까지 등을 돌려 6ㆍ13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출신 단체장을 탄생시킨 도시죠. TK 진격을 위해 이보다 더 좋은 발판이 있을까요.

당나귀=전당대회에서 이 대표를 사실상 지원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보은 성격도 없지 않죠. 민주당 차기 대권구도에 TK후보가 힘을 받는다면 앞선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을 보는 TK유권자들의 눈이 달라질 수 있겠죠.

29일 경북 구미시청을 찾은 이해찬(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이철우 경북지사로부터 내년도 국비 예산 관련 건의 사항을 들으며 지역 일간지를 보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구미에서 취임 뒤 첫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구미=연합뉴스
29일 경북 구미시청을 찾은 이해찬(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이철우 경북지사로부터 내년도 국비 예산 관련 건의 사항을 들으며 지역 일간지를 보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구미에서 취임 뒤 첫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구미=연합뉴스

구공탄=관심이 자연스럽게 당청관계로 쏠리면서 문 대통령과 이 대표의 궁합도 궁금해집니다.

낮술= 청와대는 ‘궁합’이 의외로 좋다는 반응입니다. 고구마 같은 성격의 문 대통령과, 사이다 같은 이 대표가 상호 보완적 성격이라는 것이죠. 청와대는 내심 이 대표 측에게 내각과 여권을 결집시켜 긴장하게 하는 ‘군기반장’ 역을 기대하는 기류도 있어 보입니다. 또 이 대표 밑에서 정치를 배운 ‘이해찬 키즈’가 청와대내 적지 않아 오히려 당청관계가 당쪽으로 기울까 우려하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정태호 일자리 수석은 이해찬 의원 보좌관 출신이고, 한병도 정무수석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이 후보의 비서실장을 지냈죠. 백원우 민정비서관도 평화민주통일연구회에서 이 대표와 함께 활동했습니다. 86세대, 젊은 정치인이 많은 청와대 참모진 전체가 사실상 7선 이 대표의 까마득한 정치 후배입니다. “과연 청와대가 할 말을 할 수 있겠냐”는 얘기가 괜한 말이 아니죠. “이 대표가 워낙 도드라진 존재감을 갖고 있어 수석들도 부담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구공탄=전당대회를 통해 민주당내 최대 계파인 친문 세력이 분화했다는 얘기도 들리네요.

탐구생활=이른바 3철이라 불리는 문 대통령 측근들이 이번 전대 국면에서 다른 행보를 보이면서 친문 분화가 본격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왔죠. 전해철 의원은 김진표 의원을 지지했고 이호철 전 수석과 양정철 전 비서관은 중립을 선언하기 전 이해찬 후보 지지 세력으로 알려졌어요. 이미 분화는 시작됐고 향후 세력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당나귀=결과적으로 친문 핵심 진영이 당의 중심에서 밀려나게 됐죠. 박범계 최재성 김진표 의원 등이 전대에 모두 출마했듯이 앞으로는 각자도생의 길을 갈 것으로 보입니다. 친문 핵심인 전해철 의원의 행보가 주목됩니다. 전대에서 친노 진영에 패하긴 했지만 친문 좌장으로 확실해 자리매김했다는 평가입니다.

이해찬(왼쪽 두 번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국회 본청 자유한국당 대표실에서 김병준(세 번째) 비상대책위원장을 예방해 악수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이해찬(왼쪽 두 번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국회 본청 자유한국당 대표실에서 김병준(세 번째) 비상대책위원장을 예방해 악수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구공탄=강성 여당 대표 등장을 바라보는 야당의 시선은 어떤가요.

호밀밭의 세탁기(세탁기)=득실계산에 여념이 없습니다. 특히 한국당에서는 “홍준표가 준 표, 이해찬이 돌려준다”는 얘기가 회자되고 있어요. 과거 이 대표의 발언 수위가 자극적이었듯이,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가 말로 잃을 표를 되돌려 줄 것이란 기대감의 표현입니다. 이 대표의 강경한 성격 때문에 취임 이후 당청관계가 매끄럽지 못하다면 그 상황을 치고 들어갈 수 있다는 희망 섞인 기대가 들려옵니다.

구공탄=이 대표와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모두 노무현이란 공통분모를 갖고 있는데.

광화문 찍고 여의도=어찌됐든 지금은 서로 다른 당 소속으로 입장이 갈려 있고, 당대표로서 자기 정치를 하는 입장이니 과거 함께 했던 기억이 미치는 영향은 별로 없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입니다. 오히려 공통분모가 있다는 점이 경쟁심리를 부추길 것이란 시각이 있어요.

이해찬(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노무현 정부 국무총리였던 2005년 12월 외교통상부에서 열린 당ㆍ정ㆍ청 워크숍에서 김병준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과 나란히 서서 웃고 있다. 왕태석 기자
이해찬(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노무현 정부 국무총리였던 2005년 12월 외교통상부에서 열린 당ㆍ정ㆍ청 워크숍에서 김병준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과 나란히 서서 웃고 있다. 왕태석 기자

세탁기=특히나 김 위원장의 경우에는 ‘노무현’을 거론할 때마다 당내에서 “우리가 노무현당이냐”는 비판을 받고 있어요. 그들 사이의 ‘노무현’은 오래된 교집합일 뿐이죠.

구공탄=한국당에서는 이 대표의 여야정협의체 제안이나 남북정상회담시 여야동행방문 제안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는데.

세탁기=잔치는 대통령이 열었는데 왜 우리가 들러리 서야 하냐는 생각이죠. 1⋅2차 남북정상회담 때는 상황판단을 못해서 역풍을 맞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죠. 지금의 북미관계를 고려하면 어느 정도 성과가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괜히 잔치에 따라갔다가 결과가 없으면 대통령이 감당해야 할 비난의 일부를 야당도 책임지게 되는 꼴이라 부담스럽기만 합니다. 또 1⋅2차 정상회담의 감동은 어느새 가버리고 남은 것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는 시점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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