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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 공개변론…대법원 판례 바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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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 공개변론…대법원 판례 바뀌나

입력
2018.08.30 20:00
수정
2018.08.30 23:2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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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판결 땐 사실상의 병역 면제”

“대체복무 의지… 병역기피 아니다”

檢ㆍ피고측 ‘정당한 사유’공방

시민 등 100여명 4시간 지켜봐

대법, 내용 토대로 심리 박차

’양심적 병역거부’ 공개변론이 열린 30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 시민들이 방청권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류효진 기자
’양심적 병역거부’ 공개변론이 열린 30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 시민들이 방청권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류효진 기자

양심의 자유를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경우 처벌해야 할까.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도 도입 논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대법원이 기존 하급심 사건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기 위해 찬반 입장을 경청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이끄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0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처벌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입영 거부에 유죄 선고된 사건 ▦입영 거부에 무죄 선고된 사건 ▦예비군훈련 거부에 유죄 선고된 사건 등 총 3건이다. 방청권을 받기 위해 몰려 든 양심적 병역거부자, 시민단체 활동가, 일반 시민 등 100여명이 4시간 가까이 진행된 변론 과정을 함께 지켜봤다.

이날 쟁점은 병역법 88조 1항 및 예비군법 15조 9항에서 처벌 예외사항으로 규정한 ‘정당한 사유’에 양심이나 종교에 따른 병역거부가 포함되는지 여부, 양심적 병역거부로 인한 형평성 문제 등이다. 앞서 2004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가 아니라고 판단했으나, 헌재는 6월 처벌 조항은 합헌으로 유지하면서도 대체복무 규정이 없는 병역법 조항을 위헌이라고 결정해 구체적 판단의 공을 대법원에 넘겼다.

박구원기자
박구원기자

검찰 측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정당한 사유로 해석해 무죄로 판단할 경우 병역 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후곤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은 “정당한 사유란 천재지변, 교통사고 등 객관적 사유로 한정돼야 한다”며 “국가가 개인의 양심을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자칫 병역기피를 위한 ‘만능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 측 참고인으로 나선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민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병역기피 문제를 해결하려면 병역 이상의 부담을 가진 대체복무제도 도입이 최선”이라면서 “대체복무 도입 전 무죄 판결이 나오면 병역기피자를 처벌할 수 없어 사실상의 병역 면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피고인 측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병역기피자와 다르다”며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를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피고인 측 이창화 변호사는 “미국 등 여러 국가에서 각종 심사 절차를 통해 양심의 진지함과 확고함을 판단하고 있다”면서 “병역거부자를 교도소로 보내 처벌하기보다 공공 이익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오두진 변호사는 “피고인들은 무죄 선고를 받더라도 대체복무를 이행하겠다는 명확한 의사를 표명했다”며 “단순한 병역기피자와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구별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수 있는 판결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과 피고인 측 공방 과정에서 대법관들의 날카로운 질문도 이어졌다. 조희대 대법관은 “정교분리원칙을 어기고 여호와의증인이라는 특정 종교를 국가가 우대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고, 이기택 대법관은 “대체복무제가 없고 소급적 입법이 가능할지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라 판결을 미루는 것은 어떠하냐”고 물었다. 조재연 대법관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인정할 경우 국가안보가 위태로워 질 수 있다는 객관적이고 실증적인 연구가 있느냐”고 물었다.

대법원은 이날 공방 내용을 토대로 심리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판결 선고는 추후 공지된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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