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개입’ 감추려 판결문 수정
당시 재판부 심의관 소환 조사
통합진보당 이정희 전 대표가 2014년 12월 22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강제해산에 따른 3차 비상 원탁회의'에서 발언 도중 참석자들에게 민주주의 후퇴에 대한 사죄의 뜻으로 무릎을 꿇고 절을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거래 의혹 사건인 통합진보당 소송과 관련해 담당 재판부가 법원행정처의 재판 개입 흔적을 지우기 위해 선고 당시 판결문을 수정해 등록한 사실이 확인됐다.

30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봉수)는 통진당 사건의 재판거래 의혹과 관련해 당시 담당 재판부였던 방모 대전지법 부장판사와 법원행정처 심의관이었던 문모 서울남부지법 판사를 지난 26일 비공개 소환 조사했다.

2014년 12월 헌법재판소가 통진당 해산결정과 통진당 소속 국회의원의 의원직 상실 결정을 내려 이에 따라 전북도의회 의장이 이현숙 전 통진당 전북도의원에게 퇴직을 통보하자 이 전 의원은 이 처분의 취소를 청구했다.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전주지법 행정2부 재판장이었던 방 부장판사는 2015년 11월 25일 “지방의원 퇴직은 부당하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그는 “이 법원은 헌재의 위헌정당해산결정이 있더라고 공직선거법 192조4항에 따라 곧바로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당연 퇴직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하며, 그러한 해석은 비례대표 지방의회 의원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당시 법원행정처가 판결에 앞서 방 부장판사 등 재판부 심증을 확인하고 재판부에게 ‘국회의원이 당연 퇴직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하며’라는 내용의 특정 문구 삽입을 요구한 정황이 드러났다. 전주지법 측은 선고 직후 이 문건을 출입기자단에 배포했다가 실수라며 회수했다. 이후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대법원 특별조사단 조사에서 “국회의원직 판단 권한은 사법부에 있다”는 취지가 판결문에 드러나야 한다는 당시 박병대 법원행정처장과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의 의중이 당시 심모 심의관을 통해 재판부에 전달됐다는 진술이 확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방 부장판사가 판결문을 등록하면서 문제가 된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당연퇴직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하며’ 부분을 생략한 사실을 파악했다. 당시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심의관으로 근무하던 문 판사가 작성한 ‘통진당 지방의원 행정소송 결과 보고(전주지법 11. 25. 선고)’ 문건이 노출돼 법원행정처의 재판 개입 의혹이 불거지자 뒤늦게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부분을 삭제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국회의원에 대한 부분은 이 재판 대상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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