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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같은 날 잡힌 ‘오빠들의 콘서트’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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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같은 날 잡힌 ‘오빠들의 콘서트’라니…

입력
2018.09.01 04:4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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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돈도 있고 학교 안빠져도 되는데...” 팬들 예매 노심초사 

그림 1 2012년 방송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서 재현한 아이돌그룹 H.O.T.와 젝스키스 팬들의 신경전. tvN 제공
그림 1 2012년 방송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서 재현한 아이돌그룹 H.O.T.와 젝스키스 팬들의 신경전. tvN 제공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그날. 흰색 우비와 노란색 우비를 입은 이들이 옷 색깔별로 진영을 나눠 살벌하게 눈빛을 주고받는다. 기 싸움도 잠시. “야!” 양 측은 험악한 표정으로 고함을 지르며 결국 육탄전을 벌인다. 비 오는 날의 ‘백(白)황(黃)대전’이다.

2012년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서 재현해 새삼 화제를 모았던, 아이돌그룹 H.O.T.와 젝스키스 팬들의 집단 난투극 장면이다. 없던 일이 아니었다. 1997년 12월 연말 가요 시상식을 앞두고 두 아이돌그룹 팬들은 실제로 충돌했다. 서로 “우리 오빠가 대상”이라며 시작한 입씨름이 몸싸움으로 번졌다. 당시 TV 뉴스로도 전파를 탔던 ‘백황대전’은 가요계 ‘전설의 패싸움’으로 유명하다. 1990년 후반, H.O.T.와 젝스키스가 아이돌 음악 시장을 양분하던 시절 벌어진, 팬덤의 상징적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H.O.T.와 젝스키스처럼 얄궂은 운명이 또 있을까. 두 그룹이 서울 송파구 각기 다른 공연장에서 같은 날 무대에 오른다. 20여년의 세월이 흘러 다시 한번 라이벌전을 벌이게 된 셈이다.

H.O.T.와 젝스키스의 공연 날짜는 10월 13일과 14일로 같다. H.O.T.는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젝스키스는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공연한다. 자연스럽게 잠실종합운동장은 흰색(H.O.T. 상징색)으로, 체조경기장은 노란색(젝스키스 상징색) 물결로 뒤덮일 예정이다.

두 공연장은 차로 15분 거리(8㎞). H.O.T.와 젝스키스가 멀지 않은 두 공연장에서 같은 날 공연하면서 송파구 공연장 일대의 시간은 거꾸로 흐를 듯하다. 1990년대 후반 활동한 1세대 두 간판 아이돌그룹이 벌일 ‘21세기 복고 대전’이라서다.

아이돌그룹 H.O.T.(사진 위)와 젝스키스 전성기 시절 활동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아이돌그룹 H.O.T.(사진 위)와 젝스키스 전성기 시절 활동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공연 관계자들이 들려준 H.O.T와 젝스키스의 공연 일정이 겹친 사연은 이렇다. 지난 2월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3’에 출연한 강타와 문희준 장우혁 토니안 이재원 등 다섯 멤버는 8월에 단독 공연 개최의 뜻을 모았다. 최소 두 달 전 공연장 대관 예약을 해야 해서 H.O.T.의 데뷔 달인 9월에 맞춰 공연을 열기는 불가능했다. 가장 빨리 공연장 대관을 할 수 있는 달이 10월이었다. 젝스키스와 공연 날짜가 겹친 건 우연이었다. 젝스키스는 이미 올 여름에 10월 공연을 확정하고 8월부터 공연 티켓 예매를 시작했다.

눈에 띄는 건 ‘복고 대전’을 대하는 팬들의 행보다. H.O.T. 팬들은 온라인 티켓 예매를 위한 예습까지 하고 나섰다. H.O.T.가 2001년 해체한 뒤 17년 만에 여는 첫 단독 공연이라 표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에서다. 당시 10대였던 H.O.T. 팬들은 이젠 대부분 30대를 훌쩍 넘어섰다. 해뜨기 전 은행에 가 줄을 서 공연표를 사는 데 익숙했던 세대에게는 순발력을 요하는 인터넷 티켓 예매가 불안할 수밖에 없다.

결혼한 H.O.T.팬들은 남편까지 동원할 기세다. H.O.T. 팬클럽인 ‘클럽 H.O.T.’ 3~6기로 활동했다는 직장인 신모(35)씨는 “남편을 공연 티켓 예매 지원군으로 쓸 예정”이라며 “팬들 사이 ‘티켓예매사이트 예매 빨리 하는 법’ 등이 돌아 이를 공유해 예습하고 있는 중”이라며 웃었다.

인터넷에는 H.O.T. 공연 티켓 예매를 기다리는 팬의 초조한 심경을 담은 웹툰까지 등장했다. ‘이제 돈도 있고 시간도 있고 엄마도 가게 해주고 학교 결석도 안 해도 되고 기동력 되는 남편도 있는데’라는 작가(mong_ny***)의 고민이 아이돌그룹 원조 팬덤의 변화를 현실적으로 보여줘 눈길을 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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