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지식,상식에 대해 다시 생각”
기상 상황 이해 높이려 시도
“잘못된 분석 혼란 줄여” 평가
“무능 이해해 달라는 것” 반응도
[저작권 한국일보] 신동준 기자

‘당황스러움을 넘어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상상하지 못한 현상입니다. 지식과 상식에 대해 다시 생각 중입니다.’

수도권에 당초 예보보다 훨씬 많은 양의 비가 쏟아진 지난 28일 밤. 기상청 담당 국장은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내는 비 예보 문자 맨 말미에 이렇게 적었다. 게릴라성 폭우 상황에 대해 제대로 예보를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 그리고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상 기상현상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내용이었다.

최근 들어 기상청이 언론과 유관기관들을 대상으로 보내주는 예보 문자에는 유독 감성에 호소하는 내용들이 크게 늘고 있다. 객관적인 예보 상황만 ‘마른’ 문체로 전해왔던 기존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기상청이 서울 낮 최고기온을 39도로 예상했지만 실제론 이보다 1.1도 낮은 37.9도를 기록한 지난 2일. 기상청은 “일반적으로 단기예보에서 기온 오차는 2도”라며 “오늘은 1.1도의 오차가 났지만 너무 질책하지 말고 대한민국 예보 사상 처음으로 극값을 예보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애쓰고 있다 여겨주길 바란다”고 했다.

지난 10일에는 일본 기상청과 미국 해군 합동태풍경보센터(JTWC)보다 앞서 제14호 태풍 ‘야기’의 진로가 중국으로 향할 것으로 예측하긴 했지만, 기상청은 하루 전만 해도 시나리오 3개를 제시하면서 “입이 바싹 타 들어가는 토의와 고민이 계속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태풍 솔릭의 상륙 지점을 당초 충남 서해안에서 전라도로 변경한 23일에도 “정말 어렵다. 일단 새로운 분석이 나오는 대로 다시 알리겠다”며 시시각각 상황을 설명했다.

사실 기상청의 절절한 예보는 ‘중계청’ ‘오보청’ ‘구라청’ 등 온갖 오명과 함께 비난의 화살을 받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특히 올 여름 들어 폭염, 태풍, 폭우 등 지금까지 찾아 보기 힘든 이상 기상현상이 이어지면서 예보의 오차가 더 커졌다는 불만들이 비등한 상황이다. 예보의 어려움에 대해 솔직하게 이해를 구하자는 절박함이 깔려 있는 셈이다.

이런 기상청의 ‘감성 예보’는 기상 상황에 대한 이해를 높일 뿐 아니라 언론 등의 잘못된 분석으로 인해 불필요한 혼란을 야기하지 않는 효과를 어느 정도 얻고 있다는 평가다. 기상청 보도자료나 방재기상시스템에 나와 있지 않은 예보의 뒷배경까지 더해지면서 보다 생생한 기상 상황이 전달되는 데에도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결국 비판을 피하기 위해 객관적인 사실이 아니라 감성 호소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네티즌들은 “무능한 걸 이해해달라는 것으로밖에는 해석되지 않는다”(hape****) “틀려도 너무 틀리는데 어떻게 이해가 되냐”(boyn****)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전날에 이어 30일에도 충북 북부과 경북 일부 지역에 호우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기상청은 31일 오전까지 충청도와 전라도를 중심으로 돌풍과 함께 천둥ㆍ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40㎜가 넘는 강한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30일부터 31일까지 예상 강수량은 충청도와 전라도 50~100㎜mm(많은 곳 150mm 이상), 경기남부와 경상도, 제주도산지는 30~80㎜, 서울ㆍ경기북부, 강원영서남부는 5~40㎜다. 강수대가 동서로 길게 형성되면서 인접한 지역간에도 강수량의 차가 크게 나타나고 있고, 강수지속시간도 매우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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