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만에 실명 계좌 발급 재개
빗썸에서 해킹사고가 발생한 지난 6월 20일 서울 중구의 가상화폐거래소 빗썸 지점 앞에서 한 시민이 거래 현황판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대형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의 실명확인 가상계좌 신규 발급이 한 달 만에 재개된다. 투자자 자산 보관 방식을 두고 계좌 제공 기관인 NH농협은행과 빚었던 알력이 해소됐기 때문인데, 농협은행이 완승을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30일 농협은행과 빗썸에 따르면 양측은 31일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 재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앞선 계약이 종료(7월 31일)된 지 꼭 한 달 만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소비자 보호 관련 보안 정책 등 미세부분 조정만 남았을 뿐 큰 틀에서는 협상이 끝났다”고 말했다.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는 가상화폐 거래소가 자사의 거래 은행에서 실명 확인을 받은 고객에 한해 투자용 가상계좌를 제공하는 것으로, 투자자 명의 도용을 막고 투명한 거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정부가 1월 도입했다. 농협은행과 서비스 계약을 맺은 빗썸은 계약 연장 실패로 이달 1일부터 가상계좌 발급을 중단한 채 재계약 협상을 진행해 왔다.

이번 계약이 진통을 겪은 표면적 이유는 농협은행이 빗썸의 전산 및 자금세탁 방지 미비를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걸림돌은 투자자들이 빗썸에 맡긴 총 4,000억원 규모의 투자금에 대한 보관 방식을 둘러싼 양 기관의 이견이었다.

빗썸은 이 자금을 ‘고객이 코인(가상화폐)을 돈으로 교환해 달라고 요청할 때를 대비해 회사가 보유한 자산’으로 규정하면서 자사 법인계좌에 넣어두고 농협은행으로부터 연 20억~40억원의 이자를 받아왔다. 현행 법규상 가상화폐 거래소는 금융회사가 아니라서 고객 예탁금 형식으로 금전을 받을 수 없다는 것도 빗썸의 논리였다. 반면 농협은행은 해당 자금은 엄연히 ‘고객이 맡긴 예탁금’이라며 에스크로(특정금전신탁) 계좌 형태로 보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 경우엔 오히려 농협은행이 보관료를 받아야 한다.

양측의 팽팽한 줄다리기는 결국 위탁계좌 방식으로 투자금을 보관하는 것으로 접점을 찾았다. 빗썸이 농협은행에 자금 운용을 맡기는 형식이라 은행에 보관료를 낼 필요는 없지만, 실제 수익을 내기 위한 운용도 할 수 없는 자금이라 이자 또한 발생하지 않는다. 사실상 농협은행에 유리한 쪽으로 협상이 마무리된 셈이다.

업계는 “예고된 결과”라는 반응이다. 은행의 실명확인 서비스를 받지 못하면 가상화폐 거래소는 사실상 합법적 운영이 불가능해지는 터라, 빗썸이 수십억원 규모의 이자 수입을 포기하지 않겠다며 ‘갑(甲)’의 위치에 있는 은행에 끝까지 맞서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업비트, 코인원 등 다른 대형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법인계좌에 고객 투자금을 보관하되 거래은행으로부터 이자를 받지 않는 조건으로 재계약을 맺은 상태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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