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과정 인권침해 예방”
종로ㆍ강남경찰서 시범운영
지하에 있어 눈에 잘 띄지 않고
홍보 덜 돼 찾는 사람 드문드문
인권과 관련없는 상담도 많아
[저작권 한국일보]서울 종로경찰서 지하에 위치한 현장인권 상담센터 전경. 정준기 기자

“그런 곳이 있었다고요?”

최근 서울 종로경찰서를 방문한 A(50)씨는 경찰서 안 ‘국가인권위원회 현장인권상담센터’라는 곳이 있다는 말을 듣자 반색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본인 통장을 대포통장으로 이용한 보이스피싱 일당을 고소하기 위해 종로서를 찾았지만, 이미 다른 경찰서에서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하고 오히려 공범으로 조사를 받게 됐다는 A씨. “상담센터라는 곳을 알았으면 바로 찾아갔을 것”이라고 언성을 높이던 그는 “다음 주에 꼭 가보겠다”고 발걸음을 돌렸다.

수사나 조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인권침해 요인을 방지하고 관리할 목적으로 지난달부터 경찰서 내에 설치된 인권상담센터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접근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곳에 설치되면서 경찰서를 오가는 이들이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은 데다, 이를 알리기 위한 홍보 노력조차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신임 치안총수 부임 이후 인권을 부르짖는 경찰의 자화상이다.

앞서 경찰청과 국가인권위원회는 경찰 업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 민원 상담을 진행하고 진정서 접수를 돕기 위해 지난달 16일부터 종로경찰서와 강남경찰서 두 곳에서 인권상담센터를 시범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인권 경찰로 거듭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조치로 경찰 안팎에서는 제도 정착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한 달 반이 지난 지금 시범 운영되고 있는 두 곳 경찰서의 인권상담센터는 ‘존재감 제로(0)’다. 28일 기준 종로경찰서에선 7건, 강남경찰서에선 14건의 상담만이 이뤄졌다. 이 중 진정서 접수로 이어진 건 고작 한 건이다. 한 상담위원은 “이틀 출근을 했는데 찾아온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사무실에서 주로 인권위 결정 예시를 학습하며 시간을 보냈다”고 털어놨다. 인권위가 위촉한 상담위원 101명은 오전이나 오후 4시간씩 번갈아 가며 근무한다.

왜 그런가 살피니 경찰서 현관 등 곳곳에 안내판이 설치돼 있기는 하지만, 경찰서 문을 지나다니는 일반 시민들이 그 앞에 서서 문구를 읽는 등의 모습은 찾아 보기 힘들다. 특히 종로경찰서는 상담센터가 본관 지하에 위치해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상담위원들도 유치장 수감 인원을 대상으로 상담 희망자를 받는 정도의 역할만 맡고 있다.

막상 민원인이 상담센터를 찾아오더라도 인권침해와는 거리가 먼 대화가 이뤄지기 일쑤다. 센터가 어떤 일을 하는지 모르고 찾아오는 이들이 대부분이라는 얘기다. 한 상담위원은 “경찰과 전혀 상관 없는 회사와 근로자 간 사적 다툼을 털어놓는 사람도 있었다”고 했다.

조사 과정 등에서 수사관이 인권침해 질문이나 행동을 할 경우, 당장 센터로 얘기가 들어갈 수 있다는 ‘긴장감’을 심어주는 것도 중요한 존재 이유인데 지금은 아무런 영향력도 없다. 박광우 인권위 조사총괄팀장은 “아직 시범운영 초기인 만큼 보완점을 찾아가는 단계”라며 “경찰청도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니 앞으로 꾸준히 홍보만 된다면 긍정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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