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 ‘연출의 판’ 실험적 연극 4편 잇달아

국립극단이 올해 신설한 '연출의 판' 프로그램을 통해 남인우(왼쪽부터 시계방향) 하수민 박해성 김지나 연출가가 다음달 8일부터 10월 15일까지 저마다의 실험을 관객에게 선보인다. 국립극단 제공

대개의 연극이 무대에 올려지기 위해 배우와 연출가 등 스태프들은 연습실에서 만나야 한다. 현실에서의 대면 없이 가상공간의 연습 만으로 공연을 완성할 수 있을까? 다음달 12일부터 배우 10명이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연극 ‘잉그리드, 범람’(10월 13~15일)의 대본 연습을 시작한다. 디지털 시대를 사는 오늘날의 모습을 연극 연출 과정에 반영한 것이다. 연습은 익명으로 이뤄진다. 그리고 공연 4일 전인 10월 9일, 이들은 무대에서 처음 만날 예정이다. 이 실험의 성공여부는 10월에 확인할 수 있다. 이 실험을 주도한 김지나(이언시 스튜디오) 연출가는 “공연이 무대 위에 올려진다는 데에만 만족하는 게 아니라 연극을 만들면서 당연하다고 생각해 온 것들의 변화를 이끌어내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연극의 형식뿐만 아니라 작업 과정까지도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려는 이 시도는 국립극단이 올해 신설한 프로그램 ‘연출의 판’을 통해 이뤄진다. 지난 1월 취임한 이성열 예술감독이 국립극단의 3개 극장 중 소극장 ‘판’을 연출가 중심의 실험극장으로 발전시키자는 취지로 도입했다. 윤한솔 극단 그린피그 대표가 ‘판 감독’을 맡았다. 30일 서울 서계동 소극장 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윤 감독은 “지원금을 위한 경쟁과 심사 없이는 자유로운 예술활동이 어려운 연극계의 상황 속에서 연출가들이 오롯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마련된 자리”라고 소개했다.

지난 7개월 간 연출의 판은 기존의 희곡을 해석해 무대 위에 구현하는 방식이 아니라 연출가들이 논의와 토론을 거쳐 만들어내는 실험의 장이었다. 박해성(상상만발극장), 남인우(극단 북새통), 하수민(플레이씨어터 즉각반응), 김지나 연출가의 작품이 9월 8일부터 순차적으로 소개된다. 연출가들은 2010년 국립극단의 재단법인 출범 때 만들어진 연극선언문을 극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박해성 연출가는 ‘프로토콜’(9월 8~10일)을 통해 연극을 일상으로 불러들인다. “극장이 일상과는 동떨어진 특별하고 어색한 공간이 된 것 같았어요.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며 관객과 소통하기로 했습니다.” 연출가 중심의 작업 방식에서 탈피해 작품은 ‘응용연극연구소’에서 일하는 6명의 연구원이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형식을 취한다.

사후 세계, 환생을 꿈꾸던 한 인간의 눈, 코, 입, 귀, 몸, 마음이 성인에서 아기로 변해가는 과정을 얼개로 삼은 ‘아기’(10월 5~7일)도 내용과 형식이 독특하다. 하수민 연출가는 “아직 세상에 태어나지 않은 허구적 존재를 통해 다양한 개인과 사회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고민해 보려 했다”고 말했다. 하 연출가는 공연 동안 극장 문을 열어 두는 실험도 할 예정. “지나가는 장소로서의 극장을 통해 다양한 감각을 느꼈으면 한다”는 생각에서다.

남인우 연출가는 국립극단 선언문이 자신에게 미친 영향을 ‘가제 317’(9월 15~17일)로 풀어낸다. 공연은 전석 무료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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