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렘린의 외교 정책은 모든 나라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러시아만큼 부패했다는 전제가 깔려있는 것처럼 보인다. 최근 그리스와 마케도니아간에 맺어진 국명을 둘러싼 협정문을 훼손하려는 러시아의 노골성이 명백해지고 있다. 마케도니아 국민이 9월30일 국민 투표를 통해 협정을 승인하게 되면 그들의 나라는 북마케도니아(Republic of North Macedonia)로 불리게 된다.

이 같은 합의에 도달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리스와 마케도니아간에 벌어졌던 분쟁은 구 유고슬라비아의 가장 가난한 공화국 중 하나였던 마케도니아가 독립을 선포하고 마케도니아공화국이라는 국명을 채택했을 때인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스의 북부지역 역시 마케도니아라는 공식적인 이름으로 불렸기 때문에, 이들 양국은 수 십 년간 분쟁을 계속했다. 불가리아와 알바니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받아들여졌고, 특히 불가리아의 경우 유럽연합(EU)에 합류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는 마케도니아가 유럽 동맹체제와 다국적기구에 가입하는 것을 거부했다. 마케도니아는 1993년에 ‘전 유고슬라비아의 마케도니아 공화국’이라는 임시적인 국명으로 유엔에 가입했다.

마케도니아는 무거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오스만 제국의 롤백과 발칸 반도에서의 역사적, 민족국가적 정체성 부활로 마케도니아는 그리스, 불가리아, 세르비아로 찢어지면서 정체성이 억압됐다. 1990년대 보스니아와 코소보 전쟁기간 중에 세르비아의 독재자 슬로보단 밀로세비치는 길을 잃은 마케도니아 국민을 ‘친절한 동생들’이라고 묘사했다. 마케도니아 서부 지역에서 수 천년 동안 살았던 알바니아인들은 마케도니아인의 자치구역을 마케도니아공화국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코웃음을 쳤다. 한 알바니아계 지도자가 말했듯이 마케도니아인은 단지 ‘슬라브족 복제품’에 불과했다.

마케도니아, 그리스, 알바니아 접경지역의 프레스파 호수에서 체결된 그리스-마케도니아 합의가 6월12일에 발표되었을 때 국제 사회는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유럽과 다른 지역의 정부는 지원성명을 발표했으며, 그리스와 마케도니아의 반대자들에게 협약을 지지하도록 독려했다

하지만 크렘린은 아니었다. 그리스는 7월6일 공직자들을 매수하거나 그리스 내정에 간섭하는 방식으로 러시아가 프레스파 협정을 훼손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반박할 수 없는 증거’를 발표했다. 니코스 코치아스 그리스 외무 장관은 러시아가 그리스 내에서 발생한 시위에 자금을 지원했다고 비난했다. 그리스는 2명의 러시아 외교관을 추방했고,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 장관의 아테네 방문을 취소했다. 그리스 외교관도 모스크바에서 추방을 당했다.

러시아의 못된 짓은 그리스 국경 북쪽에서도 발견되었다. 조란 자에브 마케도니아 총리에 따르면 러시아는 반정부 시위에 자금을 지원했으며 마케도니아의 러시아와 관련된 사업체들이 9월30일의 국민투표를 앞둔 기간에 폭력 사태를 촉발시키도록 압력을 가했다.

러시아는 나토를 약화시키겠다는 그의 욕망에 대해 감추지 않는다. 프레스파 협정에 반대함으로써 마케도니아가 동맹에 가입하는 것을 막을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아무리 압력을 가해도, 러시아는 그리스-마케도니아 협정에 반대했다는 것을 인정하거나, 이들의 국내 문제에 간섭했다는 것에 사과할 리 없다.

나토 확대에 대한 러시아의 반대는 이전에 구소련과 동맹을 맺었던 국가들이 새로운 전략지정학적(geostrategic) 파트너와 동맹을 맺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으로 종종 설명된다. 그러나 마케도니아는 바르샤바 조약의 회원국이 아니며 러시아의 이해관계에 특별히 중요한 것도 아니다. 이와 반대로 그리스는 1952년 이래 NATO 회원국이었지만 푸틴의 러시아와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심지어 올해 초 영국에서 전직 러시아 스파이가 신경작용제 공격을 당했을 때 유럽연합 비난 성명의 강도를 낮춰주기까지 했다.

어쨌거나 지금 크렘린은 거만하게 그리스의 이익에 대해 공격하고, 프레스파 협정의 중요성을 과소 평가하려 든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다른 국가에 자신의 가치관을 부여하려는 시도를 오랫동안 비판해 왔다. 발칸 반도와 다른 곳에서 푸틴 대통령은 인권에 관한 질문을 하지 않거나 특정 가치관에 대해 존중을 요구하지 않는 합리적인 파트너로 자신을 소개하려고 노력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친구건 적이건 러시아의 외교 정책을 용인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분명하다. 크렘린은 다른 나라의 정치 과정에 은밀히 간섭하는 정책을 강화했다. 러시아는 나토 회원국내에서 자국 보안기관 전직 요원에 대한 추적과 살해를 시도했다. 그리고 수 십 년간의 불신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발칸의 두 이웃간에 힘들게 맺은 협약을 무산시키려 해왔다.

러시아의 외교 정책은 고통과 악의뿐만 아니라 스스로 쇠락한다는 위기의식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스와 마케도니아 지도자들은 러시아의 공격에 정직하고 용감하게 처신했다. 문제는 다른 사람들도 이들과 같은 패기를 가지고 있는지 여부다.

크리스토퍼 힐 미국 덴버대 조지프 코벨 국제대학장ㆍ전 국무부 차관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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