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에서 온 괭이갈매기
맹금류 공격 피해 집단번식
이웃이 둥지 침범하면 다퉈

바다제비, 부화 성공률 높이려
다른 둥지에 둘째 낳기도

먹이 싸움하던 독도의 새들
포식자 나타나면 삑삑~
종에 관계없이 협력해 쫓아내
먹잇감을 노리는 매가 독도 바다 위를 날고 있다. 이진희(조류연구가) 씨 제공

독도의 대표적인 새라고 하면 괭이갈매기와 바다제비를 연상할 수 있는데요. 이 밖에도 봄철과 가을철 번식이나 월동을 위해 목적지로 이동하는 철새들이 잠시 머무는 경우가 많습니다. 철새들이 이동 중 지쳤을 때 먹이를 보충하는 오아시스와 같은 장소이지요. 하지만 맹금류에게는 그만큼 먹잇감을 포획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기도 합니다. 독도를 대표하는 괭이갈매기와 바다제비가 포식자의 눈을 피해 어떤 방법으로 생존해 가는지, 이들의 생활을 들여다 보려고 합니다.

독도에 서식하는 괭이갈매기 한 쌍이 바위 위에서 쉬고 있다. 국립생태원 제공

치열하게 싸우면서도 무리 지어 사는 괭이갈매기

괭이갈매기는 2월이 되면 독도에 수일에 걸쳐 순차적으로 도착합니다. 그들은 바다의 수면과 육상에 무리 지어 앉아 있다가 갑자기 날아오르기도 하고 동도와 서도 사이를 상하좌우로 빠르게 활공합니다. 무리들이 차례로 도착하면 최종적으로는 수천마리에 달합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점 울음소리가 커지고 일출과 동시에 바다에서 육상을 향하여 일제히 날아오를 때는 장관을 연출합니다. 괭이갈매기들은 아마도 전년도에 자신이 번식했던 장소나 전보다 좋은 장소를 찾을 겁니다. 육상의 이곳 저곳에서는 가끔 울음소리와 더불어 부리로 날개나 꼬리를 서로 잡아당기는 세력권 다툼이 벌어지기도 하죠.

하지만 저녁이 되면 이와 같은 싸움이 사라지고 아무런 일이 없었던 듯이 해상으로 날아가 사이 좋게 모여서 잠을 잡니다. 이 시기의 야간 온도는 육상보다 해상이 높습니다.

4월 육상의 온도가 올라가면 육상에 정착하면서 본격적으로 번식활동을 시작합니다. 괭이갈매기의 세력권은 둥지와 그 주변 한 뼘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일정 지역에서 둥지를 틀 좋은 장소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웁니다. 남의 둥지를 넘본다든가 애써 둥지재료로 모은 마른 풀을 훔치려는 자와 이를 지키려는 자와의 싸움도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괭이갈매기가 이를 감수하면서도 집단으로 번식하는 것은 이유가 있습니다. 알이나 새끼가 있는 둥지 부근에 맹금류가 나타나면 일제히 날아올라 포식자를 방어하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서도 정상에서 바라 본 동도 위에 새들이 날고 있다. 국립생태원 제공

괭이갈매기의 둥지는 독도의 편평한 장소에서 절벽이나 계단까지 발 디딜 틈도 없이 조밀하게 모여 있습니다. 산란기가 되면 괭이갈매기는 카키색에 검은 반점이 있는 알을 1~3개 낳습니다. 그리고 암수가 교대로 알을 품은 지 25일이 지나면 알과 비슷한 보호색을 띤 새끼가 태어납니다. 새끼들은 좁은 세력권 내에서 하루 종일 부모가 운반해 오는 먹이를 기다립니다. 괭이갈매기는 둥지 부근에 다른 개체가 침입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기 때문에 암수 중 어느 한쪽이 먹이를 찾으러 가면 다른 한쪽은 새끼가 세력권을 벗어나지 않도록 보살핍니다.

상모술새가 독도 해국 위에 앉아 먹이를 찾고 있다. 국립생태원 제공

먹이를 잡으러 간 어미가 돌아오면 새끼는 어미의 부리를 쪼아 어미 목으로부터 먹이를 토하게 하여 받아 먹습니다. 새끼는 태어난 지 일주일이 되면 여기저기 움직일 수 있게 됩니다. 이때 포식자가 나타나면 새끼는 이를 피해 이리저리 도망을 다니다가 이웃개체의 세력권을 넘나들게 되는데요. 그 때 이웃 어미가 예리한 부리로 쪼아 죽이기도 하고, 또 새끼가 이를 피하다가 경사진 바위 아래로 떨어져 죽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시련을 딛고 살아남은 새끼들은 45일 정도가 되면 스스로 해상을 향해 날아가 앉거나 독도 주변을 맴돌며 멸치나 정어리 무리를 찾아 잡아먹습니다. 이 시기에도 번식을 시작할 때와 마찬가지로 수천 마리의 괭이갈매기가 독도 하늘을 뒤덮습니다. 그리고 7월에 둥지를 떠난 새끼들은 수백 마리의 무리를 만들어 점차 독도를 떠납니다. 그들 대부분은 울릉도 해안이나 내륙의 동해안으로 이동해 겨울을 보내고 이듬해 2월이 되면 다시 번식하기 위하여 독도를 찾을 것입니다.

대부분 바다에서 사는 바다제비는 한번에 하나의 알을 낳는다. 한창욱씨 제공

바다제비가 흰색 알을 낳는 이유

괭이갈매기가 번식을 시작하면 바다제비도 번식을 하러 찾아옵니다. 인도양과 홍해 부근에서 겨울을 난 바다제비는 6월에 독도를 찾습니다. 괭이갈매기가 지상에 둥지를 틀고 낮에 활동하는 반면 바다제비는 천적을 피하기 위하여 지상에 구멍을 파서 둥지를 틀고 야간에 소리로 의사소통을 하며 활동합니다. 바다제비의 둥지는 동도 북사면 경사진 지역에서 구멍이 잘 파지고 돌이 적은 곳에 위치합니다. 얕은 토양층에 사초과 식물이 뿌리를 내린 틈이나 바위틈에 구멍을 파서 둥지를 트는데요. 여러 마리가 모여 각자 자기 둥지를 만듭니다. 이처럼 바다제비는 괭이갈매기와 활동시간을 나누어 번식합니다.

대부분 바다에서 생활하는 바다제비는 새끼에게 줄 먹이가 풍부한 시기를 역산하여 번식시기를 결정합니다. 해양의 환경은 육지보다 변화가 심해서 바다제비는 한배에 1개의 흰색 알을 낳습니다. 이것은 자신이 키워 낼 수 있는 최대의 새끼 수입니다. 만일, 알을 품는 시기에 다른 둥지의 알을 추가하면 알을 품어서 새끼를 부화시키는 데 성공할 수 있을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어미가 2마리 새끼 분의 먹이를 운반해 오려면 이에 따른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1마리도 정상적으로 키워 내지 못할 것입니다.

동도의 북동사면에 바다제비가 번식하고 있다. 국립생태원 제공

바다제비는 보통 7월에 알을 낳아 40일간 품습니다. 이후 새끼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며 키우는 기간은 2개월 정도로 비교적 긴 편입니다. 먹이가 풍부한 시기에 새끼가 태어나도록 어미가 번식 시기를 잘 맞추어야 성공률이 높습니다. 먹이가 적은 시기에 부화시기를 맞추면 새끼에 공급할 먹이가 적기 때문에 둥지를 떠나는 새끼의 체중이 평균보다 덜 나가고, 먹이를 적게 받아먹고 둥지를 떠난 새끼는 약해서 포식자에게 쉽게 잡혀 먹히거나 자연사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새끼를 키우는 기간이 긴 바다제비는 괭이갈매기보다 1~2개월 늦게 독도를 떠납니다.

윗부분이 트인 장소의 둥지에 알을 낳는 괭이갈매기는 주변의 환경과 조화된 보호색 알을 낳는 반면 포식자로부터 눈에 띄지 않는 굴에 둥지를 트는 바다제비의 알은 흰색입니다. 색깔이 없는(흰색) 알을 낳는 것은 색깔이 있는 것보다 에너지가 적게 소모됩니다. 그래서 나무구멍이나 굴에 둥지를 트는 종은 바다제비의 알처럼 흰색 알이 많습니다.

그리고 바다제비의 포란(알을 품는 것) 기간이나 육추(갓 태어난 새끼에게 먹이를 주며 기르는 것) 기간은 괭이갈매기보다 비교적 긴데요. 번식기간의 대부분을 포식자의 눈에 잘 띄지 않는 둥지에서 해결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10월 독도를 찾은 검은머리방울새가 나뭇가지 위에 앉아 있다. 국립생태원 제공

독도에서 벌어지는 포식자와 피식자의 생존경쟁

한반도 내륙에 들어오기 전 독도를 찾는 새로는 검은머리방울새가 있습니다. 이 새는 혼자 물을 마실 때는 포식자를 살피기 위해서 빈번하게 고개를 들지만 여러 마리가 마실 때는 대부분 머리를 숙이고 정신 없이 물을 마십니다. 그래도 무리의 전체 새가 주변을 살핀 총 횟수를 합하면 한 마리만 있을 때보다 많을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검은머리방울새는 멀리 떨어져 있는 매를 조기에 발견하고, 가까이 접근하기 전에 빨리 도망치거나 숨어버립니다.

독도의 해국은 곤충에게 삶의 터전이기도 하지만, 이동 중인 새들에게는 에너지를 보충해 주는 매개체이며 포식자로부터 숨을 곳을 제공하는 중요한 식물입니다. 상모솔새는 해국의 꽃에 묻혀 먹이를 찾습니다. 해국의 수술을 일일이 뜯어내고 그 속에 숨어 있는 곤충을 잡아먹죠. 곤충은 포식자에게 발견되지 않으려고 꽃과 잎 사이에 숨었다 다시 나타나고 빠르게 움직입니다. 해국에서 먹이를 찾는 것은 상모솔새뿐만 아닙니다. 검은머리방울새나 되새의 무리도 모여듭니다. 이들은 다른 개체보다 먼저 해국을 점령하여 먹이를 확보하려고 매우 분주하게 움직이지만, 되새는 같은 종끼리 경쟁하지도 않고 검은머리방울새나 상모술새를 쫓아내지 않습니다.

독도에서 매는 상공을 날거나 바위에 앉아서 먹잇감이 되는 새를 노립니다. 이따금 새들이 먹이를 먹고 있는 해국 주변을 습격합니다. 이때 먹이를 먹던 새들은 어디선가 들리는 삑-삑-하는 높은 음의 경계음을 듣고 종에 관계없이 다 함께 상공을 날아다니거나 수풀 속으로 몸을 숨깁니다. 어느 한 종류의 새들이 날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종류의 새들이 무리를 짓거나 뿔뿔이 흩어져서 상공을 날아다닙니다. 이것은 매에게 시각적으로 혼동을 주어 자신이 잡아 먹힐 기회를 줄이기 위한 나름대로의 대처방법입니다. 혼군에서는 새의 나는 형태와 속도가 종류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포식자는 어떤 종의 새를 추적하여 잡아야 할지 더욱 혼동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새들도 목숨을 담보로 먹이를 독식하려는 위험을 감수하지는 않습니다.

해국에서 먹이를 찾던 되새가 나뭇가지 위에 앉아 있다. 국립생태원 제공.

맹금류는 자신의 먹잇감을 어떻게 하면 손쉽게 잡을 수 있을까 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온 반면 먹이가 되는 중소형 조류도 자신을 잡아먹으려고 하는 포식자에게 잡히지 않으려는 방향으로 진화를 거듭해 왔습니다.

독도의 생태계에서도 이와 같이 포식자와 피식자 간의 군비확장경쟁이 지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독도에서 맹금류가 작은 새를 포획하려고 했을 때, 항상 성공하면서 쉽게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맹금류는 작은 새들을 멸종시킬 수 있을 정도로 포획능력이 완벽하지 못합니다. 반면 먹잇감인 새들도 맹금류가 자신을 잡지 못할 정도로 회피능력이 완벽하지는 않지요. 어느 한쪽이 경쟁에서 완벽하게 이기거나 진다면 어느 한쪽의 생존도 보장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김창회 국립생태원 생태조사연구실 연구지원전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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