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사람들의 벗, 고 노회찬 의원의 바람이 이루어진 것일까? 정의당이 정당 지지율로 제1야당이 되었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정의당은 8월 첫 주에 들어서면서 정당 지지율 15%로 11%에 머물러 있는 자유한국당을 제치고 4주 연속 제1야당을 유지하고 있다.

사실 정의당에게 지난 10년은 암흑기였다. 보수 집권으로 자유주의 정당인 민주당이 진보적 사회경제 의제를 수용하면서 마치 진보정당처럼 행동했기 때문에 정의당이 독자적 입지를 갖는 것은 쉽지 않았다. 또한 독재 세력에 기원을 두고 있는 보수의 집권이 민주주의의 퇴행을 불러오면서 ‘87년 민주주의 체제’를 지키는 것이 중요한 이슈로 등장했을 때도 정의당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전선에 있지 못했다. 오랜 독재를 거친 한국 사회에서 민주주의는 자유주의 정치세력인 민주당의 의제였기 때문이다. 더욱이 보수정부 9년 동안 사람들은 민생을 지켜줄 대안적 정치세력을 갈망했지만, 분열된 진보정당은 호명되지 않았다. 대신 사람들은 민주당보다 더 보수적인 ‘안철수’를 호명했다. 정의당은 대안이 아니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존재감 없던 정의당이 노회찬 의원의 안타까운 죽음 이후 지지율이 급등한 것이다. 그러나 정의당의 앞길이 꽃길은 아닌 것 같다. 지지율 급등은 정의당이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에 맞서 진보적 대안세력의 위치를 굳건히 하는 과정에서 정의당 스스로 만들어낸 결과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의당 지지율이 역대 최고를 기록하고 있지만 시민들이 진보정당을 외면했던 문제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남아있다. 북한과 미국에 대한 입장도, 당내 민주주의 문제도, 사회주의와 노동자 계급의 정당을 폐기하고, 진보적 민주주의와 노동 존중을 내걸며 대중정당으로 변신했던 진보정당의 모호한 정체성 문제도 아무 것도 정리된 것이 없다. 더욱이 수 십 년 간 누적된 적폐로 민생이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자유주의 정부의 온건한 개혁조차 보수야당과 보수언론의 저항에 가로막혀 있는 상황인데도 정의당의 존재감은 없다.

결국 ‘노회찬의 기적’이 일회적 사건으로 그치지 않는 길은 정의당 스스로 과거를 벗어던지고 진보적 대안세력이 되는 길 뿐이다. 촛불항쟁의 결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한국 사회의 적폐를 일소하고, 개혁의 성과를 내기 위한 동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의당은 개혁세력에 힘을 보테는 동시에 대안 세력으로서 새로운 진보의제를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을 열어야 한다.

단순히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라는 것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와 협력할 것과 비판할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구세력에 대항해 한반도 평화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정부 여당과 연대하지만, 진보적 개혁에 머뭇거리는 정부 여당을 견인하는 강력한 대안 세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포르투갈의 급진 좌파가 사회당의 집권을 지지했지만, 진보적 의제를 지키기 위해 연립정부에 참여하지 않았던 것처럼 문재인 정부와 협력하되 진보정당의 의제를 선명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2016년 촛불시민항쟁으로 간신히 회복한 ‘87년 민주주의 체제’의 한계를 넘어 전면적 정치ㆍ사회ㆍ경제적 민주화를 위한 길을 열어야 한다. 보편적 복지국가를 위한 보편적 증세와 노동하는 사람들의 결사와 정치적 자유를 위한 투쟁에 앞장서며, 불로소득에 대한 공정한 과세를 요구하고, 민주주의의 심화와 소수정당, 소수자의 정치 참여를 보장하는 정치개혁에 당의 명운을 걸고 나서야 한다.

그러고 나서야 정의당에게 ‘노회찬의 기적’은 일회적 사건이 아니라 되돌릴 수 없는 현실이 될 수 있다. 또다시 수구세력이 자유주의 정권의 대안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윤소하 신임 원내대표에게 분명한 진보정당의 리더십을 기대하는 이유이다. 무엇이 두려운가?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