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코앞, 입법부에 예의도 아니야”
“통계청장 경질, 졸렬한 방법...
전임 청장에 바로잡을 기회 줬어야”
김영삼 정부 시절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한국일보 자료사진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의 부분 개각을 두고 “타이밍이 아주 좋지 않다”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30일, 이날 중 일부 부처의 개각 가능성을 언급한 상태다. 정치권에서는 5, 6개 부처의 수장이 바뀌는 ‘중폭 개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 전 장관은 이날 KBS라디오 ‘정준희의 최강시사’의 고정 출연 코너인 ‘보수의 품격’에 출연해 “상황으로 보면 개각의 필요성이 있으나, 문 대통령의 지지도 하락이 이미 가팔라지기 시작한 터라 타이밍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개각의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없는 시점이란 의미다. 윤 전 장관은 “최근 문 대통령의 지지도가 50% 초반까지 내려왔다”며 “이런 속도면 얼마 가지 않아 40%대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런 지지율 하락세가 시작하기 전에 개각을 단행했어야 한다는 게 윤 전 장관의 생각이다. 윤 전 장관은 “저 같으면 지지율 60%대에서 (개각을 단행해 흐름을) 끊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정감사가 시작되는 정기국회 직전이라는 점도 개각의 효과와 의미를 떨어뜨리는 대목이다. 윤 전 장관은 “국정감사와 새해 예산안 심사를 해야 하는 정기국회를 앞두고 상당 수 부처의 장관을 바꾸는 것은 입법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1년 이상 국정을 이끌어온 책임을 물을 사람을 바꾸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윤 전 장관은 “또 새로운 장관의 입장에서도 자신이 해온 것도, 짠 것도 아닌 국정과 새해 예산안으로 국감과 예산안 심사를 받게 됐다”고 덧붙였다. 윤 전 장관은 그러면서 문 대통령을 향해 “행정부 수반으로서 대통령이 그러면 안 된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논란이 일고 있는 통계청장 교체를 두고도 윤 전 장관은 “청와대 참모들이 뭘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전임 통계청장이 발표한 통계 표본에 오류가 있다는 건 (경질의) 합리적인 이유가 되지만, 그 오류를 전임 청장 스스로 바로잡을 기회를 줬어야 한다”는 게 윤 전 장관의 판단이다. 윤 전 장관은 “(게다가) 하필 후임자가 그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던 사람”이라며 “앞으로 정부가 발표하는 통계는 모두 조작 아니냐는 의심을 사게 됐다”고 말했다. 청와대 참모들을 향해서도 윤 전 장관은 “대통령을 잘못 보좌하고 있다”며 “(이번 경질은) 졸렬한 방법”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통계청장 교체를 두고는 신임 강신욱 통계청장이 전임 황수경 청장 시절인 5월 청와대에 가계동향조사 재설계를 제안했다는 보도(동아일보)까지 나오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윤 전 장관이 이같이 지적하는 건 개각의 중요성 때문이다. “인사는 대통령의 중요한 정치 행위이자, 국민이 가장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게 인사”라는 것이다. 윤 전 장관은 “(과거 경험으로 볼 때) 사람 하나 잘 쓰고 못 쓰냐에 따라 민심이 모이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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