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어문규범, 어법, 표준국어대사전 내용 등에 대하여 문의하는 곳입니다’란 문장에서 ‘등’의 뜻은 ‘등’에 대한 국어사전 뜻풀이 항목 중 ①에 해당하나요, ②에 해당하나요?” 국립국어원의 ‘온라인 가나다’에 오른 질문이다. 참고로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등’을 “①그 밖에도 같은 종류의 것이 더 있음을 나타내는 말, ②두 개 이상의 대상을 열거한 다음에 쓰여, 대상을 그것만으로 한정함을 나타내는 말”로 정의한다.

답변자는 이 문장의 ‘등’은 ②의 뜻으로 쓴 것이라 답했다. 즉 ‘온라인 가나다’에는 어문규범, 어법, 표준국어대사전 내용 등 세 가지 사항에 대해서만 문의할 수 있다는 것. 그런데 이런 질문이 나올 만큼 뜻풀이 항목의 적용 기준이 분명하지 않으면, 문장을 해석할 때마다 혼선이 생길 수밖에 없다. “대통령은 내일부터 영국, 프랑스, 스웨덴 등을 순방한다”와 “요즘 아이들은 소시지, 햄 등을 좋아한다”에 쓰인 ‘등’의 뜻을 확정하려면, 글쓴이에게 물어야 하는 것이니.

그러나 “대통령은 내일부터 영국, 프랑스, 스웨덴 등 3개국을 순방한다”와 “요즘 아이들은 소시지, 햄 등 인스턴트 음식을 좋아한다”처럼 ‘3개국’이나 ‘인스턴트 음식’란 조건을 정하게 되면, ‘등’의 뜻은 분명해진다. 앞 문장에선 ②의 뜻, 뒤 문장에선 ①의 뜻으로 보면 되는 것이다.

이를 보면 국어사전의 두 뜻은 ‘등’의 사용 조건에서 비롯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중 ②는 ‘그것만으로 한정함’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한정의 조건이 분명히 제시될 필요가 있다. “이곳은 어문규범, 어법, 표준국어대사전 내용 등에 대하여 문의하는 곳입니다”라는 문장을, ②의 뜻으로 쓴 것이라 우길 수는 없는 것이다.

최경봉 원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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