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베트남 3-1 꺽고 결승행
이승우 멀티골 황의조 9호골
‘짠물축구’ 베트남 골망 갈라
베트남도 환상 프리킥 골 만회
김학범ㆍ박항서는 뜨거운 악수
황의조(왼쪽)와 손흥민이 29일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 치비농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준결승 베트남의 경기에서 득점을 합작한 뒤 기뻐하고 있다. 한국이 3-1로 이겨 결승에 올랐다. 치비농=연합뉴스

아시안게임 2연패까지 단 1승 남았다.

김학범(58)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9일(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 치비농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준결승에서 박항서(59)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베트남을 3-1로 눌렀다. 9월 1일 벌어질 결승 상대는 ‘숙적’ 일본이다. 일본은 4강에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1-0으로 눌렀다.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을 바라보고 와일드카드(23세 초과) 없이 선수 전원을 21세 이하로 구성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국이 다소 앞서지만 쉽게 볼 수 없는 상대다. 2012년 런던올림픽 때 동메달을 놓고 운명의 3,4위전을 펼쳤던 한일은 6년 만에 아시안게임으로 무대를 옮겨 금메달을 다툰다. 런던올림픽 동메달결정전 때는 한국이 2-0 승리를 거뒀었다.

뛰어난 전략으로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에 빗대 ‘학범슨’이라 불리는 김학범 감독. 베트남 축구의 영웅으로 떠오르며 베트남의 주산물인 쌀과 히딩크를 합쳐 ‘쌀딩크’란 애칭을 갖게 된 박항서 감독. 한국인 사령탑의 대결로 큰 관심을 모은 경기였지만 승부는 초반에 갈렸다. 베트남이 아무리 ‘황금세대’라 해도 수준 차이가 드러났다.

‘지략 싸움’에서 김학범 감독이 기선을 제압했다. 손흥민(26ㆍ토트넘)을 측면 대신 가운데 둬 자유롭게 움직이게 하고 최전방에 황의조(26ㆍ감바 오사카), 좌우 측면에 이승우(20ㆍ베로나)와 황희찬(22ㆍ잘츠부르크)를 둔 전술이 주효했다. 4명은 베트남을 정신 없이 몰아쳤다.

득점 뒤 기뻐하는 황의조(왼쪽)와 이승우. 치비농=연합뉴스

베트남은 이날 경기 전까지 5전 전승에 무실점을 달리고 있었지만 한국은 경기 시작 7분 만에 골 문을 열었다. 이승우(20ㆍ베로나)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흐른 볼을 반 박자 빠른 감각적인 왼발 슛으로 연결해 그물을 갈랐다.

20여분 뒤 ‘와일드카드(23세 초과)’ 형님들이 작품을 만들었다. 손흥민이 상대 수비 사이로 절묘한 스루 패스를 찔러주자 황의조는 오른발 칩 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황의조는 이번 대회 9골을 기록 중인데 모두 오른발 슛이다.

전반에 두 방을 얻어맞은 박항서 감독은 일찌감치 승부수를 걸었다. 두 번째 실점 뒤 곧바로 선수를 한 명 바꾼 그는 후반 시작과 동시에 한 명을 더 교체했고 선수들에게 강력한 전방 압박을 주문했다. 더 실점해도 좋으니 반드시 골을 넣겠다는 집념이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 거스 히딩크 감독을 보는 듯 했다. 히딩크는 이탈리아와 16강에서 0-1로 뒤지자 김태영, 김남일, 주장 홍명보까지 빼고 황선홍, 이천수, 차두리 등 공격수만 잇달아 투입하는 ‘강수’를 둬 극적인 2-1 역전에 성공했다.

박 감독도 ‘모 아니면 도’ 식의 모험을 걸었지만 ‘재간둥이’ 이승우가 그 구상에 찬물을 끼얹었다. 후반 10분 상대 진영 중원에서 볼을 잡은 그는 페널티지역 왼쪽까지 단독 드리블 한 뒤 황희찬(22ㆍ잘츠부르크)에게 침투패스를 했다. 볼이 상대 수비에 맞고 흐르자 재빨리 달려들어 오른발 슛으로 팀의 세 번째 골을 완성했다.

경기 뒤 서로 격려하는 김학범(오른쪽), 박항서 감독. 치비농=연합뉴스

베트남도 그대로 무너지지는 않았다. 후반 25분 나상호(22ㆍ광주)가 우리 진영 페널티아크 왼쪽 부근에서 쓸 데 없는 파울을 저질렀고 이를 쩐 민 브엉이 그림 같은 프리킥 골로 연결했다. ‘거미손’ 수문장 조현우(27ㆍ대구)도 꼼짝 못한 실점이었다. 베트남 기가 살아나 1골만 더 내주면 벼랑 끝까지 몰릴 수 있었다. 후반 37분 아찔한 실점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다행히 벗어났다. 추가시간 5분까지 지나고 종료휘슬이 울리자 태극전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 뒤 김학범, 박항서 감독은 뜨거운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경기 직후라 많은 말을 나누지 않았지만 서로의 눈빛에는 애정이 담겨 있었다. 한국이 금메달을 목에 걸고 베트남이 동메달을 따 나란히 시상대에 선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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