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미국-캐나다의 머차이어스실 아일랜드 분쟁

최근 미국이 캐나다 선박 수색 논란
미국과 캐나다의 영토 분쟁 지역인 ‘머차이어스실 아일랜드’에서 캐나다가 관리하고 있는 등대의 모습. 오른쪽에 캐나다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과 캐나다는 지구상에서 가장 길고, 가장 평화로운 국경을 접하고 있다. 총 8,891㎞인 양국의 국경 지대에는 무장한 국경수비대가 없다. 이들 사이에 ‘영토 분쟁’이란 딴 세상 이야기란 의미다. 그렇지만 예외가 있다. 미국 북동부 메인만과 캐나다 남동부 펀디만의 경계에 있는 면적 0.08㎢ 작은 섬 ‘머차이어스실 아일랜드(Machias Seal Island)’ 얘기다.

이 섬은 미국 메인주 워싱턴카운티에서 남동쪽으로 16㎞, 캐나다 뉴브런즈윅주에 속해 있는 그랜드매넌섬에서 남서쪽으로 19㎞ 거리에 있다. 나무 한 그루 없는 불모지이지만, 바다오리ㆍ제비갈매기 등의 서식지여서 매년 여름 조류 관찰자들이 몰려든다. 물론 이런 이유로 두터운 동맹 관계인 미국과 캐나다가 이 섬을 ‘우리 땅’이라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 섬 주변 해역, 이른바 ‘회색 지대(Grey Zone)’에 값비싼 수산물인 바닷가재가 많이 살고 있는 탓이다. 어업권을 둘러싼 영토 분쟁인 셈이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미국과 캐나다의 이러한 다툼은 과거의 불분명한 영토 협약에서 비롯됐다. 17세기 스코틀랜드의 식민지 개척자들은 캐나다 뉴브런즈윅주의 맞은편에 노바스코샤(‘새로운 스코틀랜드’라는 뜻)를 건설하면서, 영토 경계선 문서에 “노바스코샤 해안에서 6리그(약 29㎞) 이내의 섬은 모두 노바스코샤에 속한다”고 규정했다. 당시 노바스코샤의 일부였던 그랜드매넌섬에서 3.5리그(5.25㎞) 떨어진 이 섬은 이대로라면 캐나다 영토다. 그러나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면서 1783년 체결한 파리조약으로 상황이 뒤바뀌었다. ‘메인 해안의 20리그(약 110㎞) 이내의 섬은 미국 영토’라고 정해진 것이다. 때문에 머차이어스실은 미국 영토로 봐야 한다는 게 미 국무부의 공식 입장이다.

1832년 이 곳에 첫 등대를 설치한 캐나다는 지금까지도 등대지기 2명을 상주시키면서 ‘실효적 점유’를 하고 있다. 1944년엔 철새보호구역으로 지정, 캐나다야생동물국의 관리 하에 두기도 했다. 미국은 별다른 항의를 하지 않았으나, 1971년 이후부터 영유권 주장을 본격화하고 나섰다. 하지만 두 나라는 조류관찰 사업 상호협력, 상대국의 회색지대 어업 인정 등을 통해 서로를 자극하지 않고 문제 해결을 모색 중이다. 1981년 국제사법재판소(ICJ) 판결로 인근 해역(조지스뱅크) 어장 경계선이 확정될 때에도 갈등 악화를 피하고자 ‘머차이어스실 문제’는 의도적으로 배제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월말~7월초, 미 국경수비대가 회색 지대에서 조업 중이던 캐나다 선박 10대를 상대로 마약 운반 여부 등을 수색하는 일이 벌어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런 일이 대단히 이례적이라며 “미국이 캐나다산 철강ㆍ알루미늄 고율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힌 직후 발생한 사건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멕시코가 아닌) 또 다른 국경 분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향후 석유ㆍ광물 등의 매장 사실까지 밝혀진다면, 이 섬을 둘러싼 긴장감은 급격히 고조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고 WP는 전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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