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축구의 나라

# 박항서 감독 성공 이면엔
베트남 통일 40년 넘었지만
남북 갈등 여전... “패스도 안 해”
자국 출신 전문가 불신 풍조도
27일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브카시의 패트리엇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AG) 남자 축구 8강 베트남과 시리아의 경기에서 베트남 박항서 베트남 대표팀 감독이 선수들을 부르며 정신무장을 시키고 있다. 자와바랏주(인도네시아)=서재훈 기자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박항서 감독의 성공 비결에는 특유의 리더십이 자리 잡고 있다. 이는 한국에서도 베트남에서도 인정받은 대목이다.

여기에 더해 현지에서는 베트남 대표팀의 최근 선전이 ‘외국인’ 박 감독이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학연ㆍ지연ㆍ혈연에 연연하지 않고 선수들을 기용한 것은 물론, 지역감정을 초월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통일 후 40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지만, 베트남에는 한국의 ‘지역감정’과는 비교도 안 되는 수준의 지역감정이 존재한다.

현지 체육계에 따르면 박 감독 직전 베트남 대표팀을 맡았던 후 탕 감독은 남쪽 출신 선수를 거의 기용하지 않았다. 탕 감독은 호찌민 주석의 고향으로 알려진 북부 응에안성 출신이다. 한 관계자는 “이 때문에 베트남의 전력을 100% 끌어 모으기 힘들었고, 다른 출신지 선수한테는 패스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그런 장면을 방치하는 감독을 선수들은 존경(respect)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버지와 아들, 선생님과 학생의 관계로 회자되며 선수들은 물론 국민으로부터도 존경받는 박 감독과는 대조적인 것이다. 실제 박 감독은 실력으로 선수들을 기용했으며, 이번 아세안게임 대표팀 20명의 선수 중에는 최소 3명이 남쪽 출신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호찌민시에 거주하는 축구팬 투언(26)씨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기름진 땅을 가진 남쪽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여유를 부리고, 척박한 땅의 북쪽 사람들은 생활력이 강하다”며 “이런 기질이 스포츠에도 반영돼 높은 전투력을 보이는 선수들은 주로 북쪽에서 나온다”고 반박했다.

박 감독이 성공할 수 있었던 또 다른 배경에는 자국 출신 전문가를 신뢰하지 않는 베트남 사회 특유의 성향도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베트남 사회학 박사인 이계선 하노이 탕롱대 교수는 “베트남 사람들 사이에서는 ‘우리나라 사람보다 외국인이 더 잘할 수 있다’는 인식들이 넓게 자리 잡고 있다”며 “베트남 감독에 대한 낮은 신뢰도 박 감독에게는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후진국에서 나타나는 사대주의가 베트남에서도 예외는 아니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베트남에서 생활하다 보면 자신의 나라, 베트남을 비판하는 이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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