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 피케티 '21세기 자본'의 완결판 '세계불평등보고서 2018' 출간

‘세계 불평등 보고서 2018’
WID프로젝트가 현재의 불평등 수준이 유지될 경우 2050년의 불평등 수준을 예상한 시나리오. 미국이 가장 불평등하고 유럽은 그나마 차이가 줄어든다. 하지만 유럽 또한 불평등 자체는 크기 때문에 불평등을 축소하려면 좀 더 강력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글항아리 제공

불평등 문제를 전세계적으로 환기시켰던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글항아리)을 잇는 책이 나왔다. ‘세계불평등보고서 2018’이다. 피케티는 물론, 피케티의 스승으로 꼽히는 앤서니 앳킨슨 등 전 세계 경제학자 100여명이 참가해 미국과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은 물론, 중국, 러시아, 인도. 브라질 같은 큰 나라, 옛 공산권 국가들까지 소득불평등과 자산불평등 추이를 시계열로 정리한 ‘WID(World Wealth and Income Databaseㆍ세계자산소득데이터베이스)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2000년부터 시작된 이 작업을 정리한 이 책은 요약본이고, 원데이터는 인터넷 사이트 ‘wir2018.wid.world’에 공개해뒀다.

WID프로젝트 인터넷 홈페이지. 책에 소개된 구체적 데이터는 여기서 다 찾아볼 수 있도록 해뒀다.

‘뼈 빠지게 일해봤자 땀이 아니라 돈이 돈을 벌더라’는 간명한 명제를 역사적이고도 문학적 필치로 풀어낸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 19세기 말부터 2차 세계대전 전후까지의 시기를 주된 서술 대상으로 삼고 있다면, 이 책은 1980년부터 2016년까지가 주 대상이다. ‘신자유주의 시대’라 불리는 시간대를 정면으로 겨누고 있는 셈이다.

'21세기 자본'으로 전 세계적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던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 그가 참여한 '세계불평등보고서 2018'이 출간됐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내용은 예상대로다. 1980년 상위 1%의 소득이 하위 50% 소득보다 27배가 많았다면 2016년에는 80배 차이가 난다. 중산층 소득은 큰 변화가 없기에 이 같은 소득격차 확대는 사실상 하위 50%의 소득을 1% 최상위층이 가져간 결과라 할 수 있다.

전세계적 추세가 이런 것이라면 불평등은 전지구적 운명으로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인가. 저자들은 국가별 비교를 통해 그렇지도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은 불평등이 가장 급속하게 증가한 데 반해 유럽을 그렇지 않았다.

이 보고서는 현재의 불평등 추이를 기준으로 2050년 글로벌 불평등 추정치도 내놨다. 미국식 급격한 불평등 확대를 다른 나라들도 따라갈 경우, 나라별 불평등 수준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유럽식의 조금 덜 불평등한 방식으로 따라갈 경우,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해뒀다. 그러면서 불평등을 줄이겠다면 “유럽의 경로를 따르는 것이 훨씬 더 나은 대안”이긴 하지만 유럽식 경로라 해도 불평등 격차는 심대한 수준이기 때문에 “더 평등한 성장 경로를 추구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해뒀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보고서’다. 정치적 판단은 각자 알아서 하되 우리는 데이터 그 자체만 보여주겠다는 입장이다. 저자들의 일관된 메시지는 ‘불평등이 아예 없는 세상은 없겠지만, 그 불평등이 어느 정도의 불평등인지는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쉽지만 책엔 한국 사례가 없다. 해서 이 책을 낸 출판사 글항아리가 연속 5회 강좌를 기획했다. 피케티로 상징되는 불평등 논의가 한국에는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들여다보기 위해서다. 경제학자 정태인을 시작으로 작가 김민섭, 경제학자 김낙년, 여성학자 박이은실, 조세재정연구원 부원장 김재진이 10월 5일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매주 금요일 오후 7시 서울 동교동 청년문화공간 주(JU) 니콜라오홀에서 강연한다.

세계불평등보고서 2018 출간 기념으로 마련된 강연회. 글항아리 제공

집중공격대상이 된 소득주도성장의 열렬한 옹호자 정태인, 피케티의 방법을 한국에 적용해 한국이 미국 못지 않게 불평등이 확대되고 있다고 주장해온 김낙년, 누진세 등 구체적 세제 개편 방안에 대해 이야기할 김재진의 논의가 주목된다. 이은혜 글항아리 편집장은 “세계불평등보고서는 이번 2018년도분 뿐 아니라 업데이트될 때마다 책으로 계속 출간할 생각”이라면서 “불평등에 대한 감정적 분노를 넘어서 구체적으로 실현 가능한 대안이나 정치적 목표를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자리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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