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터뷰] 김해영 민주당 최고위원

DJ 시절엔 ‘젊은 피 수혈론’ 강조
청년 발굴 소홀히 하면 위기 재현
청년 최고위원 제도 등 부활시켜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환경 마련
나 혼자 잘 사는 것이 아닌
사회에 돌려주는 의원이 될 것
20대 국회 최연소 지역구 의원이자 40대 초선 의원으로 당 지도부에 입성한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일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지난 25일 치러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최고 이변은 8명의 후보가 겨룬 최고위원 선거에서 초선 의원 두 명의 동시 당선이었다.

40대 초선으로는 이례적으로 1위와 4위로 지도부에 동반 입성한 박주민 의원과 김해영 의원 얘기다.

두 초선 의원을 향한 당 안팎의 기대는 어느 때보다 크다. 당내 영향력이 막강한 이해찬 대표의 독주를 어떻게 견제할 것인지, 신진세대로서 당에 얼마나 신선한 바람을 일으킬 것인지가 관심이다.

박 의원과 김 의원 모두 28일 한국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항간의 기대에 대해 “치열하게 토론하고 할 말은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다만 ‘할 말’의 결은 각자 걸어온 길만큼이나 달랐다. ‘거리의 변호사’에서 당 지도부까지 입성한 스타 정치인 박 의원은 “정당 소통을 아래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지층의 목소리를 아래로부터 위로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겠다는 다짐이다. 당내 최연소 의원에서 지도부까지 단번에 올라선 ‘라이징 스타’ 김 의원의 관심사는 당내 세대혁신이다. 그는 “시스템을 통해 청년의 정치 참여를 보장하고 청년들의 목소리를 키우겠다”며 위로부터의 변화를 약속했다./ 편집자 주

40대 초선 돌풍의 또 다른 주역인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41ㆍ부산 연제)은 학창시절 오래 방황했다.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고모 집에서 자랐다. 고등학교를 4년이나 다녔고, 직업학교를 다니며 미용기술을 배우기도 했다. 이랬던 그가 마음을 돌린 것은 ‘네가 아직도 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는 아버지의 진심 어린 말 한마디였다.

그래서 ‘청년 정치’를 줄곧 역설해왔다. 청년들이 가정형편 탓에 꿈을 포기하는 그런 세상만큼은 바로잡겠다는 것. 그게 정치를 하는 이유고, 정치인 김해영이 살아가는 이유다.

하지만 자신이 ‘청년 정치인’ 대표주자로 불리는 데 안주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20대나 30대도 아니고 40대인 자신이 청년 정치인으로 주목 받아서 되겠냐고 그는 말한다. 자신에게 따라붙는 수식어인 ‘20대 국회 최연소 지역구 의원’을 이제는 20ㆍ30대에 물려줘야 하고, 앞으로 당 개혁을 위해 청년 정치인들의 활동 무대를 넓히는 데 힘쓰겠다는 게 그의 각오다.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김 최고위원은 “제가 올해 41살인데 최연소라고 불리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당 소속 의원 129명 가운데 20대 청년 국회의원 한 명쯤은 있어야 한다”며 당이 청년 정치인들을 육성하도록 제도 마련에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그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16대 총선에서 ‘젊은 피 수혈론’으로 청년 정치인들을 대거 영입했는데, 그 이후 중앙정치에서 젊은 정치인을 배출할 기회가 많이 끊어졌다”며 “민주당이 100년 정당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젊은 정치인을 발굴하고, 이들의 활동 공간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당이 청년 정치인 발굴에 소홀히 하면 보수진영의 위기가 진보진영에서도 재현될 수 있어서다. 김 최고위원은 “자유한국당이 지금과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된 큰 원인 중 하나는 젊은 정치인의 발굴과 육성을 게을리한 탓”이라고 했다.

청년 정치인 육성 방안으로 청년 비례대표 국회의원ㆍ청년 최고위원 제도의 부활을 꼽았다. 19대 총선 때 청년 비례대표 제도를 도입한 민주당은 오디션 방식으로 남녀 한 명씩 발탁해 비례대표 후보 안정권에 배치했다. 당시 김광진ㆍ장하나 전 의원이 국회 배지를 달았다. 그러나 민주당은 지난 20대 총선 때 청년 비례대표 2명을 안정권이 아닌 뒤쪽 번호에 배치했고, 이들은 당선되지 못했다.

김 최고위원은 21대 총선 때 청년 후보들을 다시 안정권에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19대 국회 때 청년 비례대표로 들어온 두 의원은 의정활동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 비례대표 안정권을 받지 못했다”면서 청년 정치인에 대한 배려가 없는 당내 문화를 지적했다. 그는 청년 문제를 당에 제대로 전달할 수 있도록 폐지된 청년 최고위원 제도의 부활도 준비 중이다. 김 최고위원은 “우리나라의 청년 문제는 심각한 수준으로, 청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제도가 갖춰져야 한다”면서 “전당대회에서 많은 분이 (청년 정치인 제도의) 필요성을 인정해 저에게 지지를 보내준 것 같다”고 말했다.

당내 청년들이 더 많이 활동할 수 있도록 전국청년위원회 예산을 늘리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김 최고위원은 “여성위원회는 의무적으로 정당보조금의 10%를 받는데 청년위원회는 사안 별로 예산을 받다 보니 관련 사업들이 잘 추진되지 않는다”며 “당내 청년들이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자신을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짧은 기간 변호사와 정치인, 당 최고위원 타이틀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운 덕분이었다며, 이 운을 사회에 돌려주기 위해 정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가 이렇게 살아온 것은 국회에서 어려운 사람을 대변하는 길을 가기 위한 것 같다”며 “나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아닌 공익적인 일을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이 사회 공익에 힘쓰기 위해 정치를 하겠다고 마음먹게 된 데에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인연이 영향을 미쳤다. 그는 법무법인 부산에서 시보 생활을 하며 문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김 최고위원은 “당시 문 대통령께서 자서전 집필을 위해 사무실에 거의 매일 출근했는데, 저에게 공익 소송 관련 자료를 자주 건네셨고, 시민단체와의 공익 활동에 저를 데리고 다니셨다”며 “문 대통령의 변호 활동을 보면서 이 분이 가진 공익적인 마음가짐이 얼마나 큰지 느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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