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시스 알리스 국내 첫 개인전
지브롤터 해협 양쪽 잇는 프로젝트
경계의 갈등을 은유적 영상 표현
10년 전 이맘때(2008년 8월12일) 지브롤터 해협을 사이에 두고 스페인과 모로코의 아이들이 서로를 향했다. 아이들은 각자가 신고 있던 신발로 만든 ‘신발 보트’를 들고 줄을 섰다. 첨벙첨벙 물에 뛰어든 아이들은 금세 거센 파도에 휩쓸리거나 뒤로 물러섰다. 그래도 다시 뛰어들어 수영을 하면서 쉴 새 없이 파도에 맞선다. 아이들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는 아마 바다를 건넜을지도 모른다.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 2층에 가로4m, 세로3m의 대형 스크린 두 개가 마주했다. 유럽과 아프리카 대륙 격인 두 스크린에는 각자의 땅에서 신발 보트를 만들어 들고 바다를 건너려는 아이들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촬영한 7분44초짜리 영상이 나온다. 물 아래를 찍을 때면 아이들의 모습이 크게 보이고, 파도소리는 잠잠하다. 수면 위로 아이들이 떠오르면 파도소리가 커지면서 아이들은 작아진다.
이 영상은 국경과 경계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은유적으로 다뤄온 벨기에 작가 프란시스 알리스(59)의 ‘지브롤터 항해일지’ 중 하나다. 알리스는 스페인과 모로코 사이에 있는 13㎞의 좁은 지브롤터 해협에 다리를 놓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스페인과 모로코에서 60여명의 아이들이 양쪽 해안가에서 각각 출발해 수평선에서 만나려 시도하는 장면을 촬영했다. 작가는 과거 강대국들의 전략적 요충지인 지브롤터의 피비린내 나는 역사 위에 아이들의 밝은 웃음소리와 신발 보트라는 재미있는 상상을 더하면서 긍정적인 변화를 소망한다.
작가는 앞서 쿠바 아바나와 미국의 키웨스트를 잇는 작업도 시도했다. 아바나와 키웨스트의 어민들이 양쪽 해안에서 각자 출발해 어선을 배치하여 마치 해상에 떠 있는 다리를 만드는 듯한 광경을 영상(‘다리’)에 담았다. 작가는 지정학적 긴장감과 해결되지 않은 양국의 갈등을 상쇄하기 위해 은유적으로 이를 표현했다고 설명한다.
국가의 경계와 갈등이 존재하는 지역의 지정학적 이슈를 서정적으로 풀어낸 알리스의 국내 첫 개인전이 31일부터 11월 4일까지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다. 벨기에 출신인 그는 1980년대 중반 멕시코 대지진 이후 봉사활동을 하다 아예 그곳으로 이주했다. 이후 도시에 대한 관찰, 국경과 경계의 개념과 제도적 모순에 대한 고민을 영상, 드로잉, 설치 등의 방법을 통해 표현해 왔다. 그는 다음달 7일 개막하는 광주비엔날레도 출품한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