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 송금 시장 매년 4% 이상 성장
비금융권 허용에 역차별 불만
정부 “리스크ㆍ고객 편의 등 검토”
[저작권 한국일보]국내 개인 외화송금 규모.jpg-박구원기자/2018-09-06(한국일보)

# A씨는 최근 해외 펀드를 환매한 뒤 수익금을 바로 해외 유학중인 아들에게 보내려 했지만 보낼 수 없었다. 증권사는 외화를 송금할 수 없다. A씨는 수익금(달러)을 수수료를 내고 원화로 환전해 출금한 뒤 은행으로 가 송금했다.

# B저축은행은 지난해 기획재정부에 외국환 취급기관으로 등록을 끝내고 관련 직원 100여명에게 해외 송금 업무 교육을 진행했다. 지난 4월에는 자체 모바일 플랫폼을 출시하는 등 꾸준히 해외송금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서비스를 제공하진 못하고 있다.

현재 외국환거래규정에 따르면 증권사에선 외화를 해외로 송금할 수 없다. 송금을 위해선 반드시 은행을 통해야 한다. 저축은행도 해외 송금이 막혀있긴 마찬가지다. 포지티브 방식(허용된 것을 빼고 모두 금지) 규제를 받는 저축은행은 ▦여ㆍ수신 업무 ▦방카슈랑스 ▦펀드판매 등 ‘상호저축은행표준업무방법서’에 나열된 19가지 업무만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지난 몇 년간 금융투자협회와 저축은행중앙회는 해외 송금 업무를 허용해 줄 것을 꾸준히 건의해왔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7월 비금융권인 핀테크(금융+정보기술) 기업에게도 해외 송금이 허용되면서 증권사 저축은행 업계에선 ‘우리도 조만간 허용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 당시 기재부는 금융회사가 아니어도 일정 요건(자기자본 20억원 이상, 자기자본 대비 부채총액 비율 200% 이내 충족 등)을 갖춘 업체들은 소액 해외송금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외국환거래법을 개정했다. 진입 장벽이 낮아짐에 따라 관련 핀테크 업체들이 속속 도전장을 내면서 현재 기재부에 등록된 소액 해외송금 업체는 20여곳에 달한다.

그러나 증권ㆍ저축은행업계에 해외송금업은 여전히 ‘높은 벽’이다. 최근 이들 업권이 기재부에 다시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건의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허용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한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외국환법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증권과 저축은행 등에 소액외화송금이 허용할 것이란 이야기도 돌았지만 결과적으로 포함이 되지 않았다”며 “(저축은행의 경우) 아직도 부실 금융기관이란 낙인이 찍혀있다 보니 적극적으로 나서 목소리를 낼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비금융사마저 해외송금업에 진출한 상황에서 자본력과 인력을 갖추고 있는 제도권 금융사인 증권사와 저축은행에게 빗장을 거는 건 역차별이라는 불만도 적잖다.

이들이 해외 송금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이유는 꾸준한 성장세 때문이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지난 2010년 4,600억 달러였던 해외송금 시장 규모는 매년 4% 이상 성장해 2015년 6,000억 달러를 넘었다. 국내에서도 2012년 93억8,000만 달러였던 개인 해외송금 규모가 지난해 194억 달러로 늘었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가 해마다 8만명 이상씩 늘며 이들이 본국으로 보내는 금액도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에서 동남아시아 등 모국으로 송금하는 외국인 금융소비자의 편의를 위해서도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해외투자와 외화 계좌는 늘어나는 추세인데 외환업무가 안돼 투자자들이 증권사와의 외환거래를 꺼리고 있다”며 “외화 송금이 자유로워지면 고객들이 해외 거래 시 거쳐야 할 단계와 수수료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중앙회 관계자도 “모국으로 돈을 보내고 싶어하는 외국인 고객들이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권 등 일각에선 이들이 해외송금 등 외국환 업무에 나설 경우 외환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단기간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는 입장이다. 주현준 기재부 외환제도과장은 “해외 송금 분야의 리스크 여부와 고객 편익,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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