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인권침해조사위 결론
조현오 당시 경기경찰청장
청와대 비서관과 직접 접촉
대테러장비 동원 등 위법
16억원대 손배소 취하 권고
2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브리핑룸에서 유남영 경찰청 인권침해사건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이 6개월에 걸친 쌍용자동차 파업농성 사건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2009년 쌍용차 파업 진압’ 사건 진상을 조사한 경찰청 인권침해사건진상조사위원회가 대테러장비와 헬기를 동원한 경찰의 진압 작전은 인권침해를 넘어 위법이라고 결론 내렸다. 진압을 최종 승인한 장본인은 이명박 정부 청와대였다. 조사위는 국가(경찰)가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16억원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취하하라고 권고했다.

28일 조사위에 따르면, 2009년 쌍용차 노조가 사측의 구조조정에 반대해 경기 평택 공장 점거 농성(5월 22일~8월 6일)을 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행한 진압은 대테러작전을 방불케 했다. 당시 대테러장비로 분류됐던 테이저건을 노조원 얼굴을 향해 쏘는가 하면, 다목적 발사기로 스펀지탄 35발을 노조원에게 발사했다. 경찰은 헬기에 물탱크를 장착하고 최루액을 섞은 물 20만ℓ를 공중에서 노조원에게 뿌렸는데(혼합살수), 최루액 주성분인 CS(미세분말)와 용매인 디클로로메탄은 2급 발암물질이다.

헬기를 이용한 혼합살수와 대테러장비 사용은 ‘경찰관직무집행법’과 ‘위해성 경찰장비의 사용기준 규정’ 등의 법령에 규정된 바가 없어 위법이라는 게 조사위 판단이다. 유남영 조사위 위원장은 “시민 권익을 침해하는 요소가 있는 경찰장비 사용은 관련 규정을 제한적으로 해석하고, 허용된 것만을 해야 한다”며 “지상에서 살수차를 통한 혼합살수를 위법이라고 헌법재판소가 판단한 만큼 헬기를 통한 혼합살수도 위법으로 볼 근거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다만 징계시효와 관련법 공소시효가 지나 책임자들에게 법적 책임을 묻지는 못했다고 조사위는 밝혔다.

진상조사 과정에서 8월 4, 5일 경찰특공대를 투입해 이뤄진 강제진압작전의 최종 승인자가 청와대라는 사실도 드러났다. 강희락 당시 경찰청장이 “노사 협상 여지가 있다”라며 강경 진압에 반대하자 이에 반발한 조현오 당시 경기경찰청장이 강 청장을 건너뛰고 청와대 고용노동 담당 비서관을 직접 접촉해 승인을 받았다는 것이다. 조사위는 애초 자료에 최종 승인자를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라고 명시했다가 현재 수감 중인 이 전 대통령의 소명을 듣지 못한 점을 감안, ‘청와대’로 수정했다.

경기경찰청 소속 경찰관 50여명은 ‘쌍용차 인터넷 대응팀’을 구성해 관련 온라인 기사에 노조원들의 폭력성을 부각하는 댓글을 달거나, 수원역 안양역 일대에서 노조 불법 행위를 부각하는 사진홍보전시회를 여는 등 편향적 여론활동을 하기도 했다.

조사위는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한 경찰청의 의견 표명, 사과와 더불어 경찰이 진압작전 당시 장비 파손을 이유로 노조에 제기한 16억7,000만원대 손해배상청구 소송과 가압류 사건을 취하하라고 권고했다. 관련 소송에서 1심과 2심 재판부는 노조에 각각 14억1,000만원, 11억6,000만원을 배상하라고 경찰 손을 들어준 상태로, 국가 소송 당사자인 법무부가 실제 취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조사위원 10명(경찰위원 2명) 가운데 4명도 소송 취하에 반대(일부 취하 포함)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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