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르도안 사위인 알바이라크 재무
르메어 프랑스 재무 만난 자리서
“정치적 의도 따른 제재” 비난
# 중동 난민 유럽으로 가는 길목
유럽 볼모로 미국과 정면충돌 양상
러시아ㆍ이란과 정상회담도 예정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사위인 베라트 알바이라크(왼쪽) 재무장관이 27일(현지시간) 파리에서 브루노 르메어 프랑스 재무장관과 회담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파리=AFP 연합뉴스

터키가 미국의 제재에 맞서 유럽을 볼모로 잡았다. 유럽 국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이슈인 ‘테러’와 ‘난민’을 앞세워 되레 미국을 협박하고 나섰다. 통화가치가 폭락하고 경제난이 가중되는 최악 상황이지만 미국 압력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양국이 접점을 찾기는커녕 정면충돌을 불사하는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이를 지켜보는 유럽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베라트 알바이라크 터키 재무장관은 27일(현지시간) “미국의 제재는 테러를 조장하고 난민문제를 악화시킬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독설을 퍼부었다. 알바이라크 장관은 프랑스 파리에서 브루노 르메어 프랑스 재무장관과 만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터키를 겨냥한 제재로 인해 심각하고 가늠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지역의 안정을 해칠 뿐만 아니라 테러리즘을 야기하고 난민 위기를 가중시키는 불행한 사태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미국의 제재를 “정치적 의도에 따른 조처”라고 비판했다. 터키는 물론 미국의 동맹인 유럽 국가들이 모두 반대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강행했다는 것이다. 알바이라크 장관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사위이기도 하다. 실권자인 그의 입을 빌려 터키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을 윽박지른 셈이다.

터키가 이처럼 큰소리를 치는 건 유럽과 중동을 잇는 길목에 위치한 지정학적 중요성 때문이다. 시리아, 이란, 이라크 등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터키가 무너질 경우 중동 난민이 곧장 유럽으로 대거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터키에만 350만명의 시리아 난민이 머물고 있는 상태다. 게다가 이슬람국가(IS)를 비롯한 이슬람 테러단체 잔당들이 유럽으로 건너가 활개를 친다면 그야말로 최악의 시나리오다.

때문에 유럽연합(EU)은 에르도안 정부의 인권탄압을 지적하면서도 터키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처지다. 이를 반영하듯 르메어 프랑스 재무장관은 “터키의 안정과 번영은 프랑스와 유럽에 이익”이라며 미국이 아닌 터키 손을 들었다.

실제 미국이 터키를 마냥 궁지로 몰지도 의문이다. 터키의 군사력은 EU회원국 가운데 최상위급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터키가 러시아의 영향권으로 넘어갈 경우 미국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외신들은 터키, 러시아, 이란이 내달 7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3국 모두 미국의 제재 대상이다. 회담 결과에 따라 미국이 터키를 어르고 달래야 하는 상황으로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앞서 터키 정부는 2016년 10월 반체제 운동의 배후로 미국인 앤드루 브런슨 목사를 지목해 체포했다. 이에 미 정부가 협상에 나섰지만 이달 초 결렬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브런슨 목사 구금을 주도한 터키 법무ㆍ재무장관을 제재 명단에 올렸고, 터키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두 배의 관세를 물리는 등 경제 제재에 나섰다. 그 여파로 리라화가 올 초에 비해 40%가량 폭락하는 등 터키 경제가 수렁에 빠진 상태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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