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금통위 ‘금리 향방 관심’
소비자물가 상승률 2% 근접
통화정책 여력 확보 등 근거
금통위 위원들 ‘인상’에 쏠려
고용시장 악화ㆍ무역분쟁 우려
시장에선 동결 결정에 무게

오는 3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를 앞두고 기준금리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장에선 고용 부진, 미중 무역분쟁 심화 등 대내외 악재를 들어 한은의 금리 동결 결정에 무게를 싣고 있다. 반면 한은이 최근 물가 및 금융 안정을 거듭 강조하며 금리를 올릴 명분을 쌓아온 만큼 이달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적잖다.

28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한은이 제기하는 금리 인상 불가피론의 근거는 크게 ▦물가 상승 ▦통화정책 여력 확보 ▦금융 불균형 우려 등 세 가지로 요약된다.

한은은 통화정책의 최우선 기준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안정 목표치(2%)에 근접했음을 강조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10월 이래 9개월째 1%대 초중반에 머물고 있지만, 실제 물가 상승 압력은 겉으로 드러난 지표보다 훨씬 큰 만큼 더 늦기 전에 금리를 올려 물가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논리다. 이러한 논리의 ‘첨단’은 정부의 공공요금 통제나 복지 지원 확대가 물가 상승을 억누르고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관리물가’ 품목을 제외하고 계산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이미 2분기 2.2%에 달했다고 주장했다.

경기가 회복될 때 기준금리(현행 연 1.50%)를 적정 수준으로 높여둬야 향후 경기 하강 시 금리를 내려 경기를 부양할 수 있다는 ‘통화정책 여력 확보’도 한은이 반복 제시하는 금리인상 논거다. 이주열 총재가 지난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내년까지는 경제가 괜찮다고 한다면 그 이후를 생각할 때 정책여력 차원에서 금리 수준을 조정(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게 비근한 예다. 지금처럼 저금리 기조가 유지될 경우 시중자금이 부동산 등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시장으로 계속 흘러 들어 가격 거품을 키울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최근 서울 집값은 또 다시 치솟고 있고 정부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총력전에 나선 상황이다. 금통위 내부에서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로 알려진 고승범 위원 역시 지난달 강연에서 금융 불안정 해소가 시급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금리 인상 진영에 가담했다.

한은은 금리를 올리려 만반의 태세를 갖춘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이달 당장 금리를 인상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란 점은 딜레마다. 지난달 12일 금통위 이후 대내외 경제 여건이 오히려 악화됐기 때문이다. 대내적으로는 고용시장 악화와 가계의 광범위한 소득 감소, 대외적으로는 미중 무역분쟁 확대 우려 등 악재가 겹친 터라 한은이 경기 위축이 뒤따르는 금리 인상에 섣불리 나설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국내외 14개 증권사 관계자를 대상으로 기준금리 전망치를 조사한 결과 이달 금리 인상을 올릴 것이란 답변은 1명에 그쳤다. 올해 마지막 금통위가 열리는 12월 금리 인상을 점치는 답변도 7명으로, 동결(6명)과 엇비슷했다. 일각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노골적인 금리정책 개입 발언으로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경우 내외금리차 확대 방지라는 한은의 금리인상 명분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이달 한은의 금리 인상 단행도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통화정책 당국으로서 한은의 일차적 임무는 물가 및 금융안정이고 실물경기 부양은 부차적 사안이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조정이라는 ‘무딘 칼’로 물가, 금융안정, 고용, 성장 등 거시경제 전반을 제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한은 내부 분위기다. 한은 관계자는 “연준의 통화정책 목표에 완전고용이 포함된 점을 들어 한은도 경기 부양 등에 기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실제 연준 통화정책에 있어서도 고용은 부차적 사안이고 우선 목표는 물가 안정”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금리 결정권을 쥔 금통위 내부에서 금리 인상이 대세론으로 자리잡은 분위기다. 최근 공개된 7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금리 결정 이유를 개진한 금통위원 6명 가운데 3명이 당장 또는 조만간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당분간 금리 인상이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위원은 2명에 그쳤다. 의사록에 발언이 공개되지 않는 이주열 총재까지 합하면 7인 위원 중 과반이 금리 인상에 나설 채비를 마친 셈이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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