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공약과 달리 비대해진 청와대
국회와 정당, 사법부까지 무력화시켜
靑 권력 집중은 권위주의의 폐단 초래

여러 문제와 직면한 청와대가 인원을 늘렸다. 비서실 인원이 거의 500명이 되었는데, 백악관 보다 약 100명이 많으니 기형적이다. 그렇다면 늘어난 청와대 인원은 좋은 정책을 만드는 데 기여할까? 공론화 과정을 통해 전문가들과 일반 시민들의 지혜를 충분히 수집하는 과정조차 매우 어렵다. 전문가들조차 의견이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니 수석비서관실이 독자적으로 좋은 정책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오랜 기간 동안 정책을 다룬 국회 상임위원회와 정당이 그 일을 맡는 게 좋을 것이다.

그러나 비서실이 좋은 정책을 만들 수 있느냐는 물음보다 훨씬 중요한 문제가 있다. 현재 청와대에 집중된 권력 자체가 문제라면, 조직을 비대하게 만드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것이다. 박근혜 때 사용된 ‘적폐’라는 말은 좋은 표현이 아니지만, 굳이 그 말을 사용하자면 사실 청와대에 집중된 권력이 그것의 핵심이다. 그것이 흔히 말하는 제왕적 대통령을 가능하게 만든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박정희가 3선 개헌을 통해 독재를 시작하면서 구축한 폐단이 그것이었다. 따라서 권위주의 체제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는 청와대의 권력 집중을 건드리지 않으면 안 된다.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하면서 청와대를 대폭 축소하고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거꾸로 가고 있다.

물론 정권교체 때 과도적으로 개혁 작업을 지휘할 조직은 필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 비서실이 비대해진다고 좋은 정책을 만들 수 있다는 보장도 없지만, 과거 청와대의 권위주의 체제가 모습만 바꿔 연장되고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큰 문제다. 처음에는 청와대가 강력한 조직을 가지는 것이 개혁 작업에 이로울 것이라고 여겨질 수 있었겠지만, 1년3개월이 지나며 그렇지 않다는 것이 드러났다. 청와대의 권력 집중 자체가 권위주의의 폐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부와 중첩되는 비서실이 행정부를 통제함으로써 행정부가 무력해지는 일도 반복되고 있다. 노무현 행정부보다도 총리의 책임이 약한 것도 문제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부터 그래왔기에 수석비서관들이 대통령의 권력을 대리하는 모습이 별일 아닌 것처럼 생각될 수 있지만, 잘못된 일이다. 대통령의 힘은 공식적으로 행정부가 대리하는 것이 옳다.

지난 3월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은 국회에서 논의되지도 못한 채 폐기됐다. 무엇보다 그 발의안이 대통령의 권력 집중 문제를 제대로 건드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문제를 건드리지 않은 채 4년 연임을 허용해 보았자, 권위주의적 대통령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아직 시간은 남아 있지만, 청와대에 정말 이 문제를 건드릴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어쨌든 개헌 과정을 국회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행정부에 권한과 책임을 같이 주고, 행정부와 중첩되는 비서실을 축소하는 것이 맞다. 행정부가 무능하면 결국 대통령이 책임을 져야 한다. 더 나아가 청와대에 쏠린 권력은 국회와 정당, 그리고 사법부까지 무력하게 만들고 있다.

대통령 지지율이 50%대로 떨어져서, 그저 나쁜 상황일까? 그렇지 않다. 그 지지율도 충분히 높다. 첫해의 높은 지지율은 잊어야 한다. 6월 지방선거를 통해 촛불은 역할을 완수했고, 이제 정부도 더 이상 촛불의 이름을 빌려 권위주의적인 권력 집중을 정당화할 수 없다. 물론 청와대가 이미 확대된 자신의 권력을 축소하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여러 문제들에 직면했으니, 자기 방어를 위해서도 조직을 확대하는 쪽으로 기울기 쉽다. 또 과거의 불법과 부패를 개혁하려는 선의를 가진 대통령이니 권위주의에 빠지지 않으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권력자의 선의가 권력기구의 권위주의를 막을 순 없다. 민주화 과정은 당연히 불법과 부패를 개혁 해야 한다. 그러나 개혁대상인 검찰의 힘을 빌려 개혁하는 일이 이상하게 되듯, 권위주의적 권력에 의존한 청와대의 개혁은 결국 어설프게 끝날 것이다. 그것조차 버려야, 민주화가 후퇴하지 않는다.

김진석 인하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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