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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인터뷰] 박보영은 왜 전매특허 '러블리'를 기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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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인터뷰] 박보영은 왜 전매특허 '러블리'를 기피할까

입력
2018.08.28 09:42
수정
2018.08.28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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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영을 처음 만난 건 지난 2012년 영화 '미확인 동영상: 절대클릭금지' 개봉 당시였다. 젖살이 채 가시지 않은 얼굴과 오목조목한 이목구비, 애교스러운 말투와 행동은 '뽀블리'라는 애칭을 단숨에 떠올리게 했다.

그로부터 6년이 흘렀고, 박보영도 어느덧 20대 후반이 됐다. '너의 결혼식' 개봉을 맞아 만난 그는 부쩍 성숙해져 있었다. 외모는 크게 변함이 없었지만, 이야기를 나눌수록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달라진 모습이었다.

그와의 대화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박보영이 스스로 귀여움을 걷어낸 이유는 '연기적 고민' 때문이었다. 항상 사랑스럽고 귀여운 모습을 요구하는 시선들은 배우 박보영에게 족쇄나 다름 없었다.

실제로 박보영은 강단과 소신이 있는 배우다. 부드러운 어조로, 웃으면서도 할말은 하는 똑 부러진 여성이다. 어떤 면에서는 '너의 결혼식' 속 승희와도 닮아있다.

100만 관객을 돌파한 '너의 결혼식'에서 박보영은 3초 만에 사랑에 빠지는 여자 승희 역을 맡았다. 오매불망 자신만을 바라보는 우연(김영광)에게 의도치 않게 상처를 주는 인물이다. 이번 작품에서도 특유의 러블리함이 묻어나긴 하지만, 확실히 캐릭터적으로 변화를 줬다.

박보영은 "영화가 되게 하고 싶었다"며 "드라마를 선택할 때는 나에게 바라는 모습들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게 많다. 영화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적어도 영화만큼은 항상 다른 모습이고 싶었기 때문에 박보영은 승희에게 매력을 느꼈다. 그러나 영화가 남자의 시선으로 진행되는 만큼 잘못하면 여우 같은 캐릭터로 비춰질 우려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너무 내 욕심을 따지면 (작품을) 할 수 없다. 그러면 공백기가 5년이 될 수 있다. 어느 정도에선 타협을 해야 한다"며 웃었다.

박보영은 지금까지 영화에서 선택한 역할들이 무조건 사랑스럽진 않았다고 털어놓으며, "내가 나름 다른 걸 보여드리려 한 선택이었는데 와닿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게 나를 더 많이 힘들게 하는 거 같다"고 말했다.

어떤 이들은 그에게 '왜 대중적인 작품만 하냐'는 질문을 던지지만, 스스로 생각할 때는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박보영은 "나의 기준과 많이 다르다는 걸 느꼈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많이 생긴다"고 고백했다.

이어 "내가 연기를 하면서 캐릭터에 (사랑스러운 이미지가) 씌워져 결과물로 나오거나, 아니면 보는 이들이 씌울 수도 있는데, 이젠 어느 정도의 그런 부분은 받아들여야 하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다.

'너의 결혼식'을 촬영하면서 박보영은 여성 관객들의 시선을 많이 의식했다. 그는 "여자 입장이기 때문에 승희가 여자들에게 예쁨을 받았으면 좋겠다"며 "(김영광도) 우연이가 승희에게 하는 게 잘못하면 집착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에 너무 밉지 않게 할 수 있는 정도로 예쁘게 표현해준 거 같다"고 밝혔다.

배우로서 성공 가도를 달리는 박보영인만큼 늘 행복할 거라고 대중은 생각하지만, 남모를 고민이 그에겐 아주 많았다. '이 길이 맞나' 하며 배우 생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정도로 심각한 고민들이었다.

지난해엔 시골에 가서 농사를 짓기도 했다. 그는 "일바지에 장화를 신고 돌아다니는데, 시골에선 아무도 나를 모른다. 그게 너무 좋더라"며 "풀 보고 별 보고...캄캄한 밤에 별이 잔뜩 있는데 정말 좋았다. 내가 작년에 힘들었다. 그런데 고라니 우는 소리는 좀 무섭더라"면서 웃었다.

'너의 결혼식'을 통해 박보영은 고민에서 한발짝 멀어져도 될 것 같다. 다소 얄밉다는 평가까지 이끌어내며 이전과는 확실히 다른 결의 캐릭터를 보여줬기 때문. 또한, 조금 덜 사랑스러워도 박보영은 그 자체로 소중하다는 걸 대중은 알고 있다.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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