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23일 휴스턴의 미항공우주국(NASA)를 찾아 연설하고 있다. 휴스턴= AP 연합뉴스

러시아, 중국과 우주패권 경쟁에 돌입한 미국이 우주군 창설 계획을 천명하면서 주요 방산업체들이 너도나도 우주무기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 6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우주군 창설 지시는 신천지 확보에 부심하던 미 방산업계에 가뭄 끝에 단비 격이었다. 실제로 우주무기 개발에는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된다. 미 공군에 따르면 향후 5년간 우주무기 개발에 필요한 예산은 440억달러(49조원)에 달한다. 2017년 추산했던 관련 예산보다 20%나 늘어난 액수다. 비공개 프로젝트를 포함할 경우 예산은 더욱 불어난다.

미군과 방산업계가 특히 관심을 두는 분야는 러시아, 중국 등이 선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극초음속 미사일을 비롯해 적 미사일 발사를 즉시 포착할 수 있는 탐지 시스템, 소형 통신 위성 등이다. 우주시대의 대표적 전략자산인 군사용 대형 위성 개발은 뒷전으로 밀려나는 신세다.

특히 음속 5배 이상으로 비행하는 극초음속 미사일은 우주패권 경쟁시대를 상징하는 무기다. 록히드마틴사는 최근 미 정부와 총액 33억달러 규모의 초음속 미사일 개발 사업 계약을 맺었다. 마하 5 이상의 속도를 내는 미사일로 2021년까지 시제품 개발이 완료된다.

미국이 극초음속미사일 개발에 집중 투자하는 까닭은 러시아와 중국의 약진이 두드러진 분야이기 때문. 실제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3월 국정연설에서 차세대 신무기 6종을 공개했는데 이 중 2종이 극초음속무기였다. 당시 러시아가 마하 20의 속도라고 자랑한 비행체 ‘아방가르드’와 마하 10으로 알려진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킨잘’이 동영상으로 공개됐다. 미국은 당시 이 무기에 대해 대선을 앞둔 푸틴 대통령의 허장성세라고 깎아 내렸지만, 미군을 긴장시키기에는 충분했다. 중국 역시 미국보다 20차례 더 극초음속무기 실험을 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의 핵심자산인 고성능레이더 개발도 미군의 관심분야다. 중국과 러시아의 극초음속미사일 개발이 고도화되면 MD가 무력화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존 헤이튼 미 전략군 사령관은 지난해 말 “적 미사일 탐지시스템의 교체, 새 군사위성 개발 속도가 너무 느리다”면서 “우리는 경쟁국 무기를 따라잡을 능력을 상실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록히드마틴사 이외에도 보잉사가 최근 스쿨버스 크기의 소형위성을 제작하는 밀레니엄 스페이스 시스템을 인수했고, 노스럽그루먼사는 미사일경보 시스템과 첨단위성개발에 뛰어드는 등 우주무기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관건은 예산확보다. 우주군 창설을 계기로 관련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미군과 방산업계의 기대이지만 미 의회가 우주군 창설을 최종 승인한 것은 아니라고 WSJ는 보도했다. 의회 통과 여부가 불투명한 탓에 트럼프 행정부 역시 우주군 창설의 구체적 계획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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