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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유보’ 이어 투기지역 확대에, 자취 감춘 매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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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유보’ 이어 투기지역 확대에, 자취 감춘 매물

입력
2018.08.28 04:4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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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붙은 시장 열기 잡기엔 역부족 

 “싼 매물 없나” 정보 묻는 전화만 

 서울시ㆍ정부 엇박자 해소 

 공공택지 공급엔 “올바른 방향” 

정부가 27일 서울 종로구, 동대문구, 동작구, 중구 등 4개 구를 투기지역으로 추가 지정했다. 사진은 이날 동작구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27일 서울 종로구, 동대문구, 동작구, 중구 등 4개 구를 투기지역으로 추가 지정했다. 사진은 이날 동작구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26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의도ㆍ용산 통합 개발 계획 전면 보류’를 발표한 데 이어 하루만인 27일 정부가 서울 종로ㆍ동대문ㆍ동작ㆍ중구 등 4곳을 투기지역으로 지정하며 맹공을 펼쳤지만 시장의 반응은 덤덤했다. 서울시는 ‘개발’, 국토교통부는 ‘규제’였던 그 동안의 엇박자가 “더 이상 집값 상승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통일됐다는 점에선 의미가 있지만 연 이틀 발표도 이미 불이 붙은 시장의 열기를 식히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날 서울 부동산 시장은 표면적으로는 잔뜩 움츠린 모습을 보였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매매가격에 웃돈 5,000만원을 올릴 테니 매물만 연결해달라”는 문의가 줄을 이었던 용산과 여의도 공인중개사무소엔 “정부 발표 듣고 싸게 나온 매물이 없느냐”는 ‘정보 확인용’ 전화만 걸려 왔다. 용산구 이촌동의 한 중개사무소 대표는 “매물 씨가 말랐다고 보면 된다”며 “‘현금 10억원 즉시 입금’ 조건으로 16억원 대의 한강변 주상복합 아파트를 내놓았던 집주인은 다시 물건을 걷어들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집주인은 일단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심산으로 풀이된다. 매수자도 주춤하긴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당분간 거래 절벽이 이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여의도와 종로 쪽 역시 하루 종일 매물을 걷어들이려는 집주인의 연락과 ‘급매’를 확인하려는 전화만 쇄도했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관망세가 우세할 것으로 보인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전문위원은 “박 시장의 보류 발표엔 후속 대책이 빠져 있고, 투기지역 지정 이후 정부의 추가 대응 수위도 살펴봐야 해 시장은 한동안 잠잠해지긴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그는 “여의도든 용산이든 모두 10년은 족히 걸릴 개발 계획인 것을 알면서도 ‘집값은 무조건 오른다’는 불안감에 너도나도 집을 사려 한 게 사태의 본질인 만큼 이 정도 대책으론 시장의 심리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는 박 시장 발언의 모호함이 가져다 줄 부작용을 우려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박 시장이 표면적으로 후퇴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대안 제시 없이 애매한 태도를 보여 오히려 시장에 ‘용산과 여의도는 장기적으로 무조건 개발되는 곳’이라는 확신만 심어준 측면도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부동산 인터넷 커뮤니티 등엔 “용산ㆍ여의도 통합 개발 계획은 전면 취소된 게 아니라 잠시 유보된 것일 뿐이다”, “다음에 박 시장이 정권을 잡으면 여의도와 용산은 무조건 개발하는 것으로 확정됐다고 해석하는 게 정확하다”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투기지역 지정 등 규제에 여전히 집중하는 부동산 정책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투기지역 추가 지정의 정책적 효과는 장기적으로 거의 없을 것”이라며 “역사가 ‘공급 없는 집값 안정은 없다’고 증명하고 있는데 현 정부는 핵심을 무시하고 부동산 시장을 신념으로 접근해 매달 이런저런 정책만 내놓으며 집값도 잡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주현 월천재테크 대표 역시 “투기지역 지정 이후 시간이 지나면 집값이 더 오른다는 것은 수 차례 증명된 팩트”라며 “시장은 투기지역 지정 이후까지 내다보고 있는데 정부는 정책적 압박만 생각하니 집값이 잡힐 리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다만 정부의 ‘14개 공공택지 지구 추가 공급’에 대해선 전문가들 모두 “올바른 방향”이라고 입을 모았다. 심 교수는 “중장기적으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투기꾼을 탓할 게 아니라, ‘결국 공급이 문제인 게 맞다’고 인정한 뒤 공공택지 공급을 늘리는 것”이라며 “특정 지역을 정책적 목표로 삼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10년 이상 갈 장기적 공급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함 센터장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공공택지 공급이 당장의 집값 상승을 잡을 수 있는 칼은 아니다”면서도 “이미 시장의 내성이 커진 규제책보다는 공공택지 공급을 중장기적으로 진행하는 게 그나마 의미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노영희 부동산 전문 변호사도 "그 동안 공공택지 개발과 공급이 지나치게 서민 위주로만 진행돼 오히려 중산층이 혜택을 보지 못하는 맹점이 있었다"며 "이번 14개 공공택지를 서울과 수도권 중심으로 일반 분양할 방침을 세운 것은 그 간극을 줄이는 좋은 시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노 변호사는 "일반분양을 염두에 둔다면 개발이 지나치게 덜 된 수도권 외곽이 아니라 서울 우면동 수준은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워야 정책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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