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3 당시 민간인 총살 명령 거부
[저작권 한국일보] 4ㆍ3 사건 당시 민간인 총살 명령을 거부한 문형순 제주 성산포경찰서장. 경찰청 제공

제주 4ㆍ3사건 당시 상부의 민간인 총살 명령을 거부하고 수많은 목숨을 구한 ‘제주판 쉰들러’ 문형순(1897~1966) 당시 제주 성산포경찰서장(경감)이 ‘올해의 경찰영웅’에 선정됐다.

경찰청은 23일 경찰영웅 추모흉상대상자선정위원회를 열고 문 전 서장을 올해의 경찰영웅으로 뽑아 추모흉상을 제작하기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경찰청은 매년 경찰관들의 순직 경위 등을 검토, 경찰 정신에 귀감이 되는 이를 올해의 경찰영웅으로 선정해 흉상을 제작하고 있다.

문 전 서장은 성산포서장으로 재직하던 1950년 8월 30일 “예비검속자(미리 잡아놓은 혐의자)를 총살하라”는 계엄군의 명령을 거부하고 221명의 민간인을 풀어줬다. 1947년 3월 1일 경찰의 발포 사건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무장봉기가 발발, 이후 1954년 9월까지 이른바 ‘4ㆍ3사건’ 무력진압에 동원된 경찰은 ‘불순분자 구금’ 명목으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을 연행해 집단 총살했다. 그러나 문 전 서장은 계엄군이 보낸 ‘예비검속자 총살 집행 명령 의뢰의 건’ 공문에 “부당(不當)하므로 불이행(不履行)”이라고 거부의 뜻을 밝혔다.

4ㆍ3 연구가들은 문 전 서장의 의로운 행위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학살을 막았던 ‘오스카 쉰들러’에 빗대 ‘제주판 쉰들러’라 불렀다. 1953년 퇴직, 1966년 숨진 문 전 서장은 1929년 4월 만주에서 활동한 독립운동단체 ‘국민부’에서 중앙호위대장으로 활동하는 등 독립운동에 가담한 것으로 확인됐으나 보훈 혜택은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은 1998년 강도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가 피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린 상태에서도 추격을 계속해 피의자를 검거한 경기부천남부서 소속 김학재 경사도 이날 경찰영웅으로 선정했다. 김 경사는 병원 이송 중 순직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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