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시장 축소로 기존 관례 깨져
음원 출시, 젊은 음악가 발굴하고
세계 진출할 수 있는 플랫폼 제공
지난해 제네바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한 작곡가 최재혁의 곡이 음반사 머큐리 클래식을 통해 디지털 음원으로 발매됐다. 여러 곡을 한데 묶은 앨범 형태의 음반이 주를 이뤘던 클래식 시장의 새로운 시도다. 유니버설뮤직 제공

쇼팽이 그렸던 조용하고 느린 밤이 아닌 광기로 가득한 21세기의 밤. 작곡가 최재혁(24)의 클라리넷 협주곡 ‘녹턴 3번’은 스산한 밤을 선사하는 곡이다. 최재혁은 이 곡으로 지난해 제네바 국제콩쿠르 작곡부문에서 최연소로 우승했다. ‘녹턴 3번’의 콩쿠르 실황 음악은 지난 23일 전 세계에 공개됐다. 오직 디지털 음원만 출시됐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클래식 음악은 가장 아날로그적인 형태로 남아 있는 대표적 장르였다. 이제 클래식 음악도 디지털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디지털 음원 확대는 물론 홍보 방식도 유튜브 등 영상을 적극 활용한다.

클래식 시장은 여러 곡을 한데 묶은 앨범 형태의 음반이 주류를 차지해 왔다. 최재혁의 우승곡이 디지털 싱글로 발매된 건 이례적이다. 이 음원을 발매한 곳은 유니버설뮤직 산하 레이블인 머큐리 클래식이다. 2012년 4월 첫선을 보인 레이블로 피아니스트 윤디 리,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클라리넷 수석인 안드레아 오텐잠머, 뉴욕의 현악4중주단인 브루클린 라이더 등이 소속된 ‘혈기왕성’한 음반사다. 머큐리 클래식에서 한국 음악가의 음악을 발매하기는 이번이 처음인데 한국 시장 특성에 맞춰 디지털 음원만 출시했다. 최재혁에 이어 하피스트 황세희, 플루티스트 한여진, 바이올리니스트 김현수까지 젊은 음악가 4인의 음악을 4주에 걸쳐 내놓는다.

기존의 관례를 깨고 디지털 음원만 출시한 가장 큰 이유는 음반 시장의 축소다. 클래식은 대중음악에 비해 음반을 통해 좋은 음향을 듣고 싶어하는 소비자가 남아 있지만, 디지털 음원의 편리함을 찾는 소비자도 점차 늘고 있다. 이성우 유니버설뮤직 차장은 “10년 전만 해도 클래식계의 디지털 음원 매출은 거의 없었지만 이제는 디지털 쪽으로 많이 기울었다”며 “체감상 음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50~60%에 달한다”고 말했다.

음원 출시는 젊은 음악가들을 발굴하고 지원해 세계 클래식 무대로 진출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데도 목적이 있다. 머큐리 클래식 기획에 공동 투자한 공연기획사 스테이지원의 관계자는 “바이올리니스트 김현수는 라벨의 어릿광대의 아침노래라는 곡을 퍼커션과 재즈피아노가 들어가게 편곡했다”며 “아티스트마다 차별화한 클래식 음악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에 음원이 발매되는 만큼 홍보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영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유니버설뮤직은 ‘머큐리 스타 파워쇼’라는 웹 예능콘텐츠를 자체 제작해 홍보에 나서고 있다. 차세대 클래식 주자를 발굴하기 위한 온라인 콩쿠르도 진행 중이다. 유니버설뮤직과 네이버가 추진하는 ‘클래식 스타리그’는 참가신청을 온라인 영상으로 받고, 입상자는 네이버 V라이브 채널 등에서 연주할 기회가 주어진다. 다양한 접근 방식을 통해 클래식 저변을 확장하는 게 궁극적 목표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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