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전 대통령 지우마 호세프가 2016년 오늘 탄핵 당했다. 사정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와 사뭇 달랐다.

브라질 군부독재 22년(1964~85) 동안 국가권력이 살해한 시민이 약 400명이고, 고문 희생자는 수천 명이었다. 브라질 전 대통령 지우마 호세프(Dilma Rousseff, 1947~)도 그 중 한 명이었다. 60년대 후반 미나스제라이스 연방대학 경제학과에 다니며 사회주의 반정부 게릴라가 된 그는 만 22세이던 1970년 수도 상파울루에서 체포돼 20여 일간 구타와 전기고문을 당했다. 고문 기술자들은 그를 발가벗긴 뒤 손발을 막대기에 묶고 거꾸로 매달아둔 채(일명 pau de arara, 앵무새 횃대) 구타와 고문을 자행했다. 호세프는 아래턱이 주저앉도록 맞으면서도 끝내 동료들의 신원과 소재지를 불지 않았고, 당시 수사관들은 조서에 “전혀 반성하지 않음”이라고 적었다. 그는 반역 혐의로 3년 형을 살았다.

호세프는 민주노동당을 거쳐 2001년 룰라(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창당한 노동당에서 일했고, 2003년 출범한 룰라 정부의 핵심 각료로 에너지장관과 정무장관을 역임했다. 그리고 2010년 대선에서 36대 대통령에 당선됐고, 4년 뒤 재선에 성공했다.

그는 룰라 체제의 브라질 사민주의 실험의 주역이었다. 라틴아메리카 현대사의 주요 사건들을 고찰한 ‘역설과 반전의 대륙’(박정훈 지음, 개마고원)이란 책에는 2009년 4월 정무장관 시절 일화 한 토막이 소개돼 있다. 회의 도중 비서가 들어와 심각한 표정으로 그에게 매우 중요한 전화가 왔다고 알리자 그는 옆 사무실에서 그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왼쪽 겨드랑이의 결절이 악성종양으로 밝혀졌다는 주치의의 전화였는데, 전화를 끊은 그가 “인생에 쉬운 것은 없다. 내 인생은 한 번도 순탄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가 2016년 8월 31일, 의회 표결로 탄핵 당했다. 선거 직전 정부 재정적자를 감추기 위해 국가회계를 조작한 게 표면적 이유였다. 석유 공기업 페트로브라스 관련 비리 혐의로 기소 위기에 처한 룰라를 구하느라 면책특권이 있는 수석장관에 임명해 여론도 악화했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경기 침체와 재정지출 감축, 만성적인 정치권 부패와 극단적 다당제 체제하의 부실한 연정, 룰라 개혁에 대한 정치권과 검찰의 보복심리 등이 그 바탕에 있었다.

지난 4월 호세프는 오는 10월 총선에 미나스제라이스 주 상원의원으로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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