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ㆍ부산에 시민연대 단체 설립
유사수신 피해자들에게 해결 홍보
10년간 한 명당 최대 500만원
민사소송 위해 기부금 걷어
유흥비 등으로 개인 유용 덜미
유사수신 피해자 기부금을 가로챈 시민단체 대표의 2016년 강연.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제공

국내 최대 사기극 중 하나로 꼽히는 ‘조희팔 사건’ 등 다수의 유사수신 피해자들에게 접근해 기부금을 받아 챙기는 수법의 사기로 피해자들을 다시 울린 단체 대표가 경찰에 붙잡혔다. 언론에 몇 차례 등장해 유명해진 이 단체가 10년 가까이 활동하면서 사기친 금액만 20억원 이상인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008년 11월부터 2018년 3월까지 대형 유사수신 사건 피해자 5,000여명에게 20억4,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상습사기)로 A시민연대 대표 김모(50)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다고 2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서울 및 부산에 시민연대를 설립한 뒤 조희팔 사건 및 해피소닉글로벌 사건 등 유사수신 피해자에게 접근, 한 명당 최대 500만원의 기부금을 받아 가로챈 혐의다. 해당 시민단체는 유사수신 피해자 구제 활동으로 언론에 여러 차례 소개되고, 회원만 1만3,000여명에 달할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했다. 조희팔 사건은 2004~2008년 피라미드조직을 통해 3만여명으로부터 4조원이 넘는 투자금을 받아 가로챈 사건이다.

김씨는 특히 조희팔 사건 피해자들에게 접근해 자신 단체만이 피해금을 돌려줄 수 있다고 거짓 홍보까지 벌였다. 매주 전국을 돌면서 피해자모임을 열고 “조희팔 은닉자금 중 600억~700억원을 확보했고, 민사소송 명단에 들어가려면 적극 활동해야 한다. 기부금 내역도 실적에 들어간다”고 홍보한 뒤 경북 성주시 연수원 건립 및 사무실 운영비 명목으로 기부금을 거둔 것으로 조사됐다. 단체 이름으로 만든 온라인 카페에는 “등급이 높을수록 피해금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높다”라며 회원들 간 기부금 경쟁을 부추기기도 했다.

경찰은 김씨가 민사소송을 실제 진행하거나 준비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확보했다는 조희팔 은닉자금과 건설한다던 성주시 연수원 또한 모두 꾸며낸 말이었다. 김씨는 받은 기부금 중 9,000여만원을 노래방, 병원, 마트 등에서 썼으며, 4억8,000만원을 현금으로 인출하는 등 개인적으로 유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경찰에서 “피해자들 회복을 위해 활동한 사실이 없다”고 혐의를 시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자신만 믿으라고 호언장담하자 피해자들이 희망을 품고 기부금을 낸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를 두 번 울리는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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